<디지털 평등사회를 만들자>(34)기고-`e정부`초석다지는 정보화마을

 

 얼마전 어느 TV 방송의 사랑의 집 지어주기 프로그램을 재미있게 본 적이 있다. 애절한 사연이 있거나 아름다운 소망을 갖고 있는 가구를 찾아다니면서 집을 고쳐주거나 아예 새로 지어주는 프로그램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도시민의 사연이 주로 편지를 통해 등장했던 것으로 특별한 관심을 갖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그날 등장한 가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초등학생인 두 손자를 데리고 어렵게 살아가는 농촌의 한 가구였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큰 손자가 e메일을 통해 TV방송사에 자기 집을 소개했고 그 사연이 채택돼 농촌의 낡은 집을 새롭게 꾸며주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재미있게 엮은 내용이다.

 특별히 관심이 가는 대목은 거의 폐가에 가까운 낡은 집에도 PC가 2대나 있었고 그 PC를 이용한 e메일로 자신이 살고 있는 낡은 집의 개조를 소망하는 간절한 사연이 방송국에 전달돼 그 소망을 이뤘다는 사실이다. 아전인수격인지도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 PC는 정부에서 저소득층 자녀를 위해 지원한 PC였을 것으로 짐작된다.

 정보화는 실제로 그러한 동인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학교에서도 마을에서도 모두 이를 이용해 숙제를 한다든지 친구와 메일을 주고 받든지, 혹은 농가소득 증대를 올리든지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인터넷폰 또한 가격경쟁적인 측면에서 정보화에 참여할 수 있는 동인을 제공할 것으로 본다.

 정보격차의 해법은 바로 이같은 인식에서 시작된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정보화 시범마을은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정보화 시범마을 조성사업은 지난 2월부터 행정자치부가 추진하고 있는 전자정부구현의 시책사업이다. 인터넷시대에 부응하는 정보화마을을 조성해 도시·농어촌간의 정보격차를 해소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표다. 주민의 정보기술 이용능력을 제고시켜 전자정부 서비스의 수요기반을 확충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정보사회가 도래했는데도 오히려 정보격차의 확대가 우려된 데 따른 것이다. 더 나아가 주요 사회문제로 대두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것도 한 이유다. 소득의 원천으로서 정보의 중요성이 더해감에 따라 정보 및 그 기기를 소유한 자와 소유하지 못한 자 간의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화 시범마을 조성사업은 그런 점에서 더 주목되는 프로젝트라고 본다. 원래의 목표가 바로 정보격차를 해소하겠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당초 이 사업을 시작할 때 성공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적지 않았다.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사업이 과연 성공할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에 따른 것이다.

 물론 이같은 인식의 배경에는 정보기술 관련 시범사업이 성공 가능성보다는 실패가 많았다는 다소 경험적인 평가에 기인하고 있다. 더욱이 정보격차 해소라는 다소 추상적인 목표뿐이라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고 참여하려는 의지도 박약해진다.

 따라서 사업추진으로 제공되는 설비를 마을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성공의 관건으로 판단된다. 이를 위해 지역공동체 형성, 주민의 필요 정보 획득, 소득증가 등의 피부에 닿는 이익에 초점을 맞춰 계획을 추진중이다.

 당초 행자부는 사업의 신중한 접근을 위해 처음에는 3, 4개 마을부터 시작하고자 했으나 좀더 많은 19개 마을로 확대됐다. 성공 가능성에 대한 확신이 생기면서 출발부터 일을 크게 벌인 셈이다. 시범마을을 선정하기 위해 현장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마을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의지와 지역간 경쟁적인 유치활동이 큰 힘을 발휘했다. 물론 행자부 역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보화 시범마을은 사업내용, 추진방안 등 모든 준비를 마치고 사업자 선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간의 준비는 전문가그룹과 일선공무원, 그리고 지역 주민과의 지속적인 의견교환을 통해 계획의 완전성과 실현가능성을 다지는 과정이었다.

 정보화 시범마을에는 컴퓨터와 네트워크 장비, 각종 교육시설 및 마을 실정에 맞는 콘텐츠가 제공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농어촌 마을을 정보시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바꿔놓고 더 나아가 정보격차 해소의 한 전기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가 지원한 PC가 쓰러져 가는 농가를 할아버지, 할머니와 그 손자들이 상상조차 못했던 모습으로 바꾼 것처럼.

<정국환 행자부 정보화계획국장 khjeong1@mogah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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