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산업 장기침체 조짐 무엇이 문제인가

 

 국내 통신사업자들의 신기술에 대한 전략적 고려 부재는 국내 통신산업의 장기침체 조짐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대우증권은 하반기 통신시장에 대해 ‘상반기 실적호조를 보인 통신서비스 업종은 하반기에 유선전화 매출감소와 이동통신전화 가입자의 포화로 외형성장이 둔화될 전망’으로 예견했다. 또 ‘하반기 투자규모가 연초 계획보다 축소될 것이고 이동통신업체들이 무리한 가입자 유치경쟁에 나서지 않을 것으로 보여 수익성 개선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반도체, 부품, 인터넷 업체는 하반기 국내 경기침체에 따른 불황이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아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수익구조가 통신시장 활황에 따라 이뤄진 것이 아니라 긴축경영에 의한 불가피한 수익양산이라는 점을 입증했다.

 국내 통신산업 경기는 사업자들의 경기 불확실 전망, 민영화, 통신시장 구조조정 등 여러가지 이유로 투자축소, 감량경영을 들고 나오면서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신기술투자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통신산업이 투자축소와 수익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궤도에 진입한 상황이라며 내수경기 활성화 유도를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지적하고 있다.

 업계가 통신사업자의 공격적 투자전략 전환을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같은 장기적 불황을 타개하자는 업계의 이해기반이 담겨 있다.

 △위기의 통신산업=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일변도 통신서비스정책이 통신산업 장기침체의 주요요인이라는 시각이 팽배하다. 정부의 ‘단말기 보조금 폐지, 중복투자방지, 구조조정, IMT2000서비스 지연’ 언급이 통신사업자의 설비투자를 위축시켰고 이에 따라 해당산업의 연쇄적인 투자축소로 이어졌다는 게 통신산업계의 기본적 인식이다.

 이동전화단말기 보조금 등을 이용한 서비스사업자의 공격적 마케팅, 초고속인터넷사업자 등장으로 인한 가입자 확보경쟁 등이 국내 통신서비스 품질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려놓았던 것과 극적으로 비교된다.

 통신장비업계와 벤처기업들은 한국통신, 데이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통신사업자들이 연이어 감량경영을 선언하고 있다는 데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업계는 중국, 동남아, 남미 등 수출관련 부서 인력을 충원하면서 해외시장으로 난관을 돌파한다는 전략을 세워두고 있으나 해외 불경기로 인해 이마저 여의치 않다.

 통신단말기 및 장비제조업체는 cdma2000 1x단말기 출시를 통해 불황을 극복하겠다는 전략을 수립, 올해 1300만여대의 단말기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역시 70여만원에 이르는 단말기 가격이 문제다. cdma2000 1x단말기에 대해 선별적인 제품 지원제도를 마련해줄 것을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유선전화기 업계의 경우도 이 문제가 이미 현실화한 상태로 벤처기업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뤄졌던 발신자번호표시(CID)단말기는 사업자의 보수적 경영으로 제조업체의 재고가 100만여대에 이르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판매는 전적으로 CID단말기 업계에 의존한 결과다.

 ◇통신사업자, 왜 긴축경영인가=통신사업자의 긴축경영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불경기로 인해 통신서비스 사업자의 현금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졌다. 신규 서비스를 위한 설비투자보다는 현상유지, 감량경영이 강조됐다.

 올초 대부분의 통신사업자들은 경기침체를 예견해 긴축경영, 불필요한 사업 줄이기에 돌입했다. 대대적인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cdma2000 1x서비스가 단말기 출시 미흡, 대도시권 중심의 제한적인 투자 등으로 끝난 것도 이 때문이다.

 통신업계의 ‘맏형’ 한국통신도 수익중시 경영만 외치고 있다. 지난 4월부터는 투자조정위원회를 두어 투자액에 50억원 이상이 소요되는 사업에 대해 재검토하는 등 투자가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검토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는 VDSL이 대표적 사례다.

 통신업계는 이같은 긴축재정이 내년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보통신업계의 불경기는 연말을 기점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

 ◇선투자, 후규제=90년대 후반부터 세계에 발을 내딛기 시작한 정보통신산업의 성공은 정부의 강력한 정책적 의지의 산물이었다. 정부가 통신서비스 경쟁정책을 추진하고 사업자와 장비업계가 공동으로 기술개발과 공격적 서비스를 적극 추진한 결과였다.

 지난해 정보통신산업은 133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GDP대비 11.8% 비중을 차지한다. 수출의 경우 지난해 510억달러를 기록, 전체 수출의 30%에 육박하고 있다. 지난 5월 한달 동안의 경우를 살펴보면 국내 정보통신산업의 위상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5월 한달 동안 반도체와 PC의 퇴조에도 불구하고 통신부문은 총 30억6000만달러 수출, 9억2000만달러의 무역수지흑자라는 알찬 성과를 거뒀다. 5월 전체산업 무역흑자의 46.2%에 해당한다.

 전문가들은 현재 벌어지고 있는 통신사업자의 투자축소에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통신산업의 투자축소는 우리 경제의 주력산업인 통신부문에 장기적인 투자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이로 인해 통신장비 제조업체, 콘텐츠업체의 매출급감이 이뤄지고 장기적으로는 산업적인 불균형이 초래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서비스 사업자의 흑자기조가 이뤄지겠지만 서비스 산업의 기저를 이루는 제조업체, 콘텐츠업체 등의 연쇄도산이 불가피해지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정부 주도의 강력한 경쟁정책, 신기술 상용화, 투자정책이 필요한 시기”라며 “통신사업자에 대한 투자촉진 및 신기술 상용화를 유도하는 것만이 내수시장 확대를 통한 경제위기 탈출의 지름길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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