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업계 해외법인 이전 배경

 최근들어 새롭게 일고 있는 국내 SW업체들의 본사 해외이전 움직임은 SW업체의 해외사업 전략이 근본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제까지 SW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방식은 대부분 현지업체를 거점으로 한 간접진출이거나 직접진출이라도 일부 R&D기능을 수행하거나 정보수집 및 마케팅 등 부분적인 역할만을 분담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국내 모기업의 또 하나의 채널 역할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들어 SW기술력이나 제품력이 눈에 띄게 향상되면서 세계화 가능성을 보고 해외시장 공략에 사운을 거는 기업들이 크게 늘고 있다. 본사 해외이전은 이같은 SW업체의 해외전략 가운데 가장 고도화되고 전면화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마케팅, 글로벌 소싱이 가능한 해외, 특히 미국시장으로 본 무대를 옮겨야 한다는 판단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몇몇 SW업체들은 국내 법인을 아시아시장 거점이나 R&D기지로 역할을 재조정하고 있으며 제품기획 단계에서부터 개발, 상품화, 마케팅, 서비스 등 모든 본사 역할을 해외로 이관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승부는 IT종주국인 미국에서=본사이전을 추진하는 SW업체들은 대부분 미국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전세계 정보기술(IT)시장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IT종주국인 만큼 미국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정착은 곧바로 세계시장에서의 성공과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아시아시장을 우선적으로 겨냥한 업체들의 경우 과도기적으로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을 중간거점으로 삼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역시 미국에 헤드쿼터를 둬야 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스콥정보통신의 해외사업부를 관장하고 있는 노연명 상무는 “SW 개발업체라면 세계 시장규모의 40%를 점유하는 미국시장으로의 진출을 누구나 꿈꿔보는 사항일 것”이라며 “기술이나 제품면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이 있다고 확신한다면 제반 본사 기능을 미국으로 옮겨 장기적인 경쟁체제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티맥스소프트는 설립 초기부터 미국 본사 이전을 계획하다 올해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다. 내수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데 이어 티맥스재팬을 통해 일본시장에서도 가능성을 인정받은 만큼 글로벌 경쟁에 자신감이 생겼다. 최근에는 미국 기업컨설팅 전문업체로부터 1차 컨설팅을 받은 결과 미국시장에서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평가를 얻었으며 현재 투자유치, 인력소싱 등 각 분야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티아이엠시스템의 경우는 아예 처음부터 미국 본사를 염두에 둔 케이스다. 올해 국내법인을 설립했지만 R&D에 집중하고 있으며 별다른 영업이나 마케팅은 벌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올해 안으로 미국 본사를 설립한 후 국내영업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코리아 브랜드로는 아직 역부족=물론 미국은 한국기업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IT업체가 세계시장 공략의 중심으로 삼고 싶어하는 지역이며 성공사례도 적지 않다. 팁코소프트웨어, i2테크놀로지는 인도 출신의 창업주가 설립한 기업이지만 초기부터 본사를 미국에 두고 글로벌한 영업을 추진한 결과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한 사례다.

 그러나 최근 SW업계의 본사 해외이전 움직임은 아직 코리아 브랜드로는 역부족이라는 판단과 무관하지 않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단 한국기업이라고 하면 기술력이 처지거나 사후서비스가 소홀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수출상담에 어려움이 많다”고 전했다. 특히 재벌, 관치금융, 부실 등 한국을 떠올리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중첩돼 제품이 좋더라도 제대로 평가를 못받는 경우가 상당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같은 노력을 투입한다 하더라도 한국기업이라는 것과 미국기업이라는 것은 결과물에서 차이가 상당하다”며 “한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일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현실적인 시장공략을 위해서는 미국기업이라는 외피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국내의 경우 벤처기업을 글로벌한 기업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취약해 잠재성은 있어도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맹점이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벤처산업의 종주국답게 벤처캐피털 기반이 탄탄할 뿐만 아니라 금융지원, 정책적인 배려에 이르기까지 벤처기업이 생겨나 시장진입, 성장, 발전할 때까지 일관된 프로세스를 시스템적으로 지원하고 있어 일단 가능성을 인정받기만 한다면 메이저로 부상하는 것은 오히려 더욱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세계시장에 먹힐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브랜드파워를 높이기 위해서는 글로벌한 감각이 필요한데 이는 미국 등 해외에서 직접 소싱하지 않으면 절대 길러지지 않는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러나 현재 미국 경제상황이 어려운데다 본사를 해외에 이전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부담이 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본사 해외이전은 많은 초기투자와 운영리스크, 숱한 시행착오를 감수해야 할 뿐만 아니라 최소 3년 동안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크게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티맥스소프트와 티아이엠시스템 등은 모든 본사 설립에 필요한 모든 비용과 인력을 현지에서 충당해 자금 리스크를 줄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스콥정보통신, 와이즈프리 등은 동남아, 일본 등의 해외사업에서 일정한 성과를 거둔 다음 이를 기반으로 본사 이전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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