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안정과 한국내 경영의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약속을 최근 방한한 대주주 그룹사 사장이 전 직원 앞에서 밝혔습니다. 회사 대표로서 소신과 책임감을 갖고 노사화합과 수익성 제고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국내 상장사 중 최고의 영업이익률로 대표적인 알짜기업으로 손꼽혀왔던 한국전기초자의 새 사령탑으로 선임된 박순효 신임 사장(64)은 가장 먼저 노사화합에 역점을 둘 생각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사장은 한진무역·한욱초자 등을 설립, 경영하면서 30년이 넘게 브라운관용 유리사업으로 잔뼈가 굵은 만큼 주주와 갈등으로 전임 사장이 중도하차하면서 다소 이완된 회사를 추스리고 전문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는 주위의 기대다.
IMF와 인수합병을 겪으면서 극심한 고용불안에 노사관계가 대립구도로 치달았던 경험이 있기에 고용안정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 때문에 박 사장은 당분간 기존 조직을 유지하면서 자율적인 업무활동을 보장하고 불합리한 규정이나 작업환경을 개선해 상호협력하는 분위기를 조성할 생각이다.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1300억원에 달하는 재고 축소와 평면·대형 음극선관(CRT)용 유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개발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직원들의 주차장을 빌려 재고를 쌓아야 할 만큼 극심한 판매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된 수익을 남겨 주주들이나 직원들에게 돌려주려면 재고소진이 가장 급선무다. 이를 위해 기존 거래선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신규 거래선을 개척하는 것은 물론, 양질의 제품을 제때에 적합한 가격으로 공급하고 대고객 서비스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더욱이 일본·말레이시아 등 일부 해외 경쟁사들이 사업을 철수하는 상황이어서 재고소진이 그리 어렵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박 사장의 생각이다.
오는 11월 디지털 본방송이 시작되면 본격적인 대체수요가 일 것으로 예상되는 평면·대형TV용 제품을 하반기에는 기존 24%에서 43%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미 6개의 유리탱크 냉관의 보수계획을 잡고 노후모델을 시작으로 보수작업에 들어간 것도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로 수익성을 확대하기 위한 것이다.
가장 관심으로 모으고 있는 TFT LCD용 유리 개발에 대해 “장기적인 기업비전을 위해 당연히 추진해야 할 과제”라는 박 사장은 우선 연구팀을 중심으로 시장조사 및 기술개발에 매진하고 차근차근 세부계획을 잡을 생각이다.
전임 사장이 TFT LCD용 유리를 퓨전 공법으로 기술개발하기로 한 것이 상당히 올바른 판단이었다는 그는 프론트 공법보다 투자가 적게 드는 만큼 이른 시일 안에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부분의 동료들이 퇴직하는 나이에 다시 일을 맡게 돼 기쁘지만 스키·골프 등 좋아하는 스포츠를 뒤로하게 돼 아쉽다는 그는 오랜 경륜과 책임감으로 한국전기초자를 한국을 대표하는 우량기업으로 성장시킬 계획이라고 확고한 경영의지를 밝혔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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