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산업을 뺀 정보기술(IT)산업은 거품입니다. 물론 소프트웨어가 있지만 중요한 것은 전통산업과 IT산업이 결합할 때 시너지는 예상 외로 큽니다.”
대덕연구단지 기관장 가운데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제9대 황해웅 한국기계연구원장(61).
그는 “반도체를 만드는 생산라인 자체가 기계지만 대부분의 라인이 일제 장비로 채워져 있는 게 현실”이라며 IT 관련 기술개발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국내에서 반도체 장비 수리비용으로 100억달러가 지출된 것으로 안다”는 황 원장은 “여건만 만들어지면 얼마든지 일할 수 있으며 다만 단기보다는 장기적인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원장은 기계연의 연구 방향에 대해 “IT·BT·NT·ET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 원장은 “이런 차원에서 최근 개발 중인 벽걸이TV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생산업체와 검사장비 개발에 관한 섭외를 진행 중이라고 넌지시 자랑했다.
“지난 3년간 IMF 터널을 빠져나오며 참으로 어려움을 많이 겪었습니다. 지난 98년 어려운 시기에 기관장으로 부임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야기된 내외부의 시각차로 곤란을 겪기도 했지만 대다수의 연구원들이 공공개혁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따라준 것에 대해 무엇보다 고마움을 느낍니다.”
지난 임기를 돌아볼 때 믿고 따라준 직원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라는 황 원장은 당시 직원 40%를 줄인 것은 보기드문 구조조정 사례라고 한숨쉬며 말을 끊었다.
황 원장은 “이제는 경쟁력있는 기술의 상품화를 통해 기계산업의 중흥을 이끌어야 할 때”라며 “이번 기관장 선임 과정에서 불거진 불협화음을 모두 덮고 서로 하나로 뭉치도록 청지기로서의 역할을 수행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 원장은 또 “기계연을 포함, 과학기술은 국민이 참여하는 과학이어야 하기 때문에 ‘과학의 대중화’ ‘국민 속으로 파고드는 과학기술’이라는 인식이 우선 자리잡아야 한다”며 “부서장들도 한번쯤 홍보실 경험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과학기술 홍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과학기술 연구는 연속성 차원에서 진행돼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조직을 슬림화하는 과정에서 구조조정과 인사조치가 뒤따라 비난받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다릅니다. 당분간 인사나 조직개편은 하지 않을 방침입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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