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말을 기점으로 방송계는 디지털 혁명에 휩싸이게 된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를 비롯해 디지털 위성방송의 본 방송이 시작되는 것이다.
디지털 방송으로 시청자가 가장 먼저 느끼게 되는 변화는 뛰어난 화질과 화려한 디지털 음향이다. 또 위성방송과 케이블의 디지털화는 100여개에 달하는 채널을 가능하게 할 것이며 데이터방송, 양방향방송, 유료 전문채널 등으로 아날로그 방송 시대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차원의 서비스가 제공된다.
이는 VOD·멀티미디어 서비스 등의 보편화로 인한 프로그램 시청의 개인화 및 전문화를 초래하는 동시에 과거에는 시청자에게 일방적으로 프로그램을 전송함으로써 TV방송이 정보검색 및 오락용으로 가정문화의 중심으로 거듭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시청자는 2, 3년내 디지털 데이터 방송을 통한 각종 t커머스·인터넷 서비스·전자상거래 등 고품격의 부가 서비스를 즐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같은 고품질 서비스의 개시는 방송의 개념 자체를 점진적으로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해온 방송이 시청자의 요구에 의한 맞춤형 서비스를 특정계층에 제공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디지털 방송의 본격화는 관련기술의 발전도 촉진시킨다. 우선 지금까지 몇몇 개별사업자를 중심으로 시도됐던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가속화될 전망이다.
대화형 방송기술이나 비선형 편집기술·전자상거래와의 연동 기술 등 디지털 방송 기술의 발전은 콘텐츠와 망의 융합을 앞당기는 데도 기여하게 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가상스튜디오 기술·압축 데이터편집 기술·디지털 신호처리 기술 등을 포함하는 제작 환경도 급속히 디지털화하게 된다.
특히 거대 사업자인 지상파 방송의 디지털화는 제작·편성·전송·유통 등 방송 전반에 걸친 디지털화를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방송의 도입에 따른 산업적 파급효과도 막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화관광부가 지난 6월 발표한 ‘디지털시대 방송영상산업진흥정책’에 따르면 디지털 방송이 예정대로 본 궤도에 오를 경우 오는 2005년 국내 방송영상산업 시장 규모는 현재 5조4000억원에서 101.9% 성장한 10조9000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또 채널수도 현재 150여개에서 230개로 55.4% 늘어나고 독립제작사 역시 현 240개에서 100% 이상 증가해 500여개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통계에 의하면 디지털 멀티미디어 시대에 소비자 플랫폼 역할을 담당하게 될 디지털TV만 보더라도 2010년까지 생산기반 확충효과만 200조원에 달하며 수출 1540억달러, 신규 고용창출도 9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뿐만 아니라 세트톱박스 및 방송기기의 기술적 발전 및 보급 확대도 기대된다. 올해 지상파 및 위성방송의 디지털 방송이 개시되고 향후 유선방송의 디지털화가 추진되면서 제작 및 편집·송출장비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동시에 방송·통신·멀티미디어 기능을 합친 통합 단말기의 등장도 예고되고 있다.
콘텐츠를 제공하는 프로그램공급업자(PP)나 CP 입장에서도 콘텐츠의 원소스 멀티유즈를 통해 하나의 콘텐츠로 수익창출 통로를 다변화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된다.
하지만 디지털 방송의 조기 안착을 위해서는 아직도 남아 있는 과제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우선 디지털 방송 기술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현재 방송기술 인력은 대부분 운영인력으로 국한돼 있고 전문적인 디지털 방송 기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급작스럽게 증가한 채널을 채울 만한 양질의 콘텐츠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근본적인 한계다. 위성방송의 사례만 보더라도 디지털 방송의 장점을 드러낼 만한 다양한 장르의 채널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콘텐츠의 고갈은 그동안 방송 전문인력 및 독립 제작사 등에 대한 장기 육성책과 기본 인프라의 탄탄한 구축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지상파 방송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딘 유선방송 디지털화에 대해서도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중계유선·케이블TV방송국(SO) 등 유선방송 시장은 이미 100만가입자를 넘어설 정도로 강력한 가입자 기반을 갖고 있으나 재원 마련의 어려움과 자가망 미확보 등의 문제로 디지털화에 적극 나서지 못하고 있다.
최근 몇몇 SO가 직접 투자비용을 분담해 공동으로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디지털미디어센터(DMC) 설립 방안이 구체화되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업자들에게 디지털
방송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한 과제다.
올해 안에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본 방송에 돌입할 지상파 디지털 방송에 대해서도 보다 구체적인 후속 청사진이 나와야 한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KBS·MBC·SBS 등 지상파 3사는 많게는 2조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디지털 방송에 쏟아부어야 하지만 재원조달 방안이나 향후 광고시장 창출 등과 관련해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태다.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들은 올해안에 본 방송을 개시하는 것에는 차질이 없도록 하겠지만 방송광고제도 개선·관계 부처의 정책적 지원 방안 등 방송위가 추후 실현키로 약속한 방안에 대해서는 조속한 답변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미국방식을 채택한 정통부와 유럽 방식의 비교 시험을 요청하는 시민단체간의 끊임없는 마찰도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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