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GIS산업](4)끝없는 이전투구

 ‘뭔가 되겠다 싶으면 일단 뛰어들고 본다.’

 최근 지리정보 콘텐츠가 인터넷에서 인기를 끌자 GIS분야 중소업체 대부분이 인터넷지도서비스시장에 진출했다. 이번에는 무선인터넷 바람이 불자 너도나도 휴대폰을 통해 지도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나섰다. 지리정보 포털과 지도 애플리케이션서비스(ASP) 등 추진하는 사업형태도 가지각색이다. 3차원 지도 정보와 위성위치확인(GPS)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서비스가 등장했고 음성인식기술을 이용해 차량항법기능을 구현하겠다는 업체도 나왔다.

 이 과정에서 경쟁 GIS업체가 보유한 지도 데이터의 부실문제에 대한 비난이 오가고 허락도 없이 자신의 지도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내용의 법적소송까지 벌어졌다.

 “최근 1∼2년새 새로 생긴 GIS업체와 전자지도 관련 사업을 하겠다는 기업이 도대체 몇개나 되는지 제대로 파악이 안될 지경”이라며 “전자지도를 갖고 새로운 사업을 하기가 이젠 무섭다”는 게 전문 GIS업체들의 푸념이다.

 이같은 이전투구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GIS업체들은 ‘지리정보로 돈을 버는 일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교훈을 얻는데 만족해야 했다. GIS기술을 활용해 일반인을 상대로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창출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전자지도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수준이 아직 성숙되지 않은 것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으로 국내 중소업체들이 보유한 GIS콘텐츠의 정보수준이 아직은 활용단계에까지 오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이런 마당에 GIS업체들의 주요 수익원인 공공프로젝트의 잘못된 수주관행도 중소GIS업체의 입지를 더욱 좁게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GIS사업은 용역비 책정에 대한 예산 자체가 너무 낮아 과당경쟁과 덤핑입찰이 공공연히 자행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더욱이 중소규모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입찰참여조건이 까다로와 대형 SI업체가 아니면 프로젝트 단독으로 수주가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중소GIS업체가 공공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대기업의 이름을 빌리는 데만 엄청난 대가를 지불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최근 한 중소GIS업체가 A시 도시지리정보시스템(UIS)사업에서 50%에 가까운 저가입찰로 사업을 수주해 덤핑시비를 불러 일으킨 것도 어찌보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전체 사업비의 50% 수준에 대기업으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것보다는 매출실적이라도 올리자는 계산이 작용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작 당사자인 중소GIS업체들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고 업계의 주장을 수렴할 만한 마땅한 단체도 없다.

 “A협회는 정통부 산하이고 B단체는 건교부 소속이므로 해당부처에서 프로젝트를 받으려면 줄을 잘 서야 한다”는 얄팍한 처세론만 난무하고 있다.

 측량 및 항측 등 건설에서 출발한 GIS업체와 정보기술(IT)에 기반한 신생업체들간의 보이지 않는 반목도 국내 GIS업계의 오래된 관행이다. 최근 측량사업의 ‘공공측량 성과심사’ 권한을 놓고 벌어진 관련 협회와 업체들간의 대립은 중소GIS업계간 또는 관련단체들간의 극심한 분열상황을 그대로 말해준다.

 그래서 “지금처럼 서로 헐뜯고 싸울 것이 아니라 GIS업체들이 힘을 합쳐 전자지도와 GIS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수준을 높이고 이를 통해 시장규모를 확대해 나가지 않는 한 국내 GIS산업의 미래는 암담할 수밖에 없다”는 한 중소GIS업체 사장의 경고는 충분히 귀담아 들을 만하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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