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 있는 곳에 보험 있다?’
보험의 존립근거를 표현한 말이지만 요즘 경기침체에 시달리는 정보기술(IT) 시장상황에는 별로 들어맞지 않는 듯하다. 개인정보유출이나 시스템 장애 등 정보화 확산에 따른 부작용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지만 IT보험 시장은 올 들어 경기침체가 심화되고 있는 탓에 지난해 이후 거의 제자리 걸음에 머무르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용 보험 시장은 사실상 해당 업계의 시황에 직결되는 것임을 IT 시장에서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삼성화재·LG화재·현대해상·쌍용화재 등 주요 보험사들에 따르면 올해 IT 보험상품 시장은 지난해와 거의 유사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국내 보험사 중 IT 상품을 가장 먼저 출시하고 현재 절반 가까운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삼성화재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미만의 성장에 머물렀다. 올해 ‘e어드밴티지’ 등 4종의 IT 보험상품에 30여개 기업이 가입했지만 가입규모나 판매실적은 정체되고 있는 것이다. 삼성화재 오창균 팀장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IT 시장 전반의 위축세가 두드러지면서 올 들어서는 신규 가입실적이 미미하다”면서 “IT측면의 위험이 아무리 불거진다 하더라도 시장상황이 풀리지 않으면 보험매출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비교적 한발 늦게 IT 보험상품을 출시한 LG·현대해상·쌍용 등 여타 보험사들도 사정은 매한가지. LG화재는 올해 ‘e비즈니스 배상책임보험’ ‘인터넷비즈니스 종합보험’ ‘전자인증보험’ 등 3종의 상품을 출시하고 처음 판매에 들어갔지만 아직 이렇다 할 판매실적은 없는 형편이다. LG화재 관계자는 “IT 보험상품을 올해 처음 출시하고 적극 영업을 펼쳤지만 내놓을 만한 판매실적은 아직 없다”고 고백했다. 이밖에 현대해상도 업계 공동상품으로 ‘사이버보험’을 내놓았고, 쌍용화재도 IT 보험상품은 갖고 있지만 현재 판매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오 팀장은 “상당수 IT업계가 보험가입의 여력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지만 인터넷 금융사고가 급증하고 있고, IT 아웃소싱 등은 사고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럽다”면서 “올 들어 웬만한 대형 아웃소싱 업체들도 보험가입을 꺼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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