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년 당시 문화체육부가 만화산업에 대해 갑자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쥬라기공원’ 덕택이다. 쥬라기공원이 국산 자동차 150만대를 수출해야 얻을 수 있는 수익과 같은 8억5000만달러라는 엄청난 흥행 수익을 올리자 정부의 문화산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됐다. 이 때부터 영화와 애니메이션, 그리고 만화 등 문화산업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지원책이 시작된다.
특히 연간 1억달러 이상의 수출 규모를 자랑하던 국내 애니메이션 하청제작물량은 어떤 영상산업보다 수익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됐다. 결국 영화산업보다 애니메이션과 그 근간을 형성하는 만화산업의 중요성이 정부 부처에서 높게 평가됐다.
만화산업을 적극적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정책 중 첫시도가 바로 95년 8월에 창설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이다. 당시로서는 성공 여부와 개최 당위성에 회의가 많았다. 만화에 대한 대중적 인식이 매우 낮은 상태에서 굳이 코엑스(당시 한국종합전시장)와 같은 국제무역전시장에서 만화 상품 전시회를 열어야 하는가 등이 주종을 이뤘다.
하지만 SICAF는 3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당시 문화체육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으며 보란듯이 성공했다. 방문한 유료관객수는 15만명. 단위면적과 행사기간을 고려하면 당시 최대 관람객 기록이었다. 이렇듯 SICAF는 정부가 주관한 문화행사 중 가장 성공한 행사로 평가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96년 8월에 제2회 SICAF가 개최됐고 유료관객 30만명이라는 폭발적인 성공을 거뒀다. 물론 행사를 통한 흑자규모도 확대됐으며 언론의 평가와 만화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증가했다.
이에 고무돼 97년부터 유사한 페스티벌들이 창설되기 시작했다.
‘동아LG국제만화페스티벌(DIFECA)’ ‘춘천국제애니축제’ ‘MBC애니메이션엑스포’ ‘부산국제환타스틱애니메이션페스티벌’ ‘부천국제대학애니메이션페스티벌(PISAF)’ 등이 97년 창설, 우리는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의 다채로운 만화·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이제 만화·애니메이션은 매년 수십 개의 공모전·전시회가 열리는 사회적인 화두가 됐다. 95년 당시 6개이던 대학의 만화·애니메이션 관련 학과가 올해 60여개로 증가했다. 100여개의 애니메이션 제작사는 최근 디지털화의 급격한 발전으로 200여개를 넘어섰다. 하청제작 위주던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이 기획·창작 애니메이션 제작 및 해외 공동제작으로 급변하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올해도 지난 6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코엑스에서 ‘제5회 SICAF’가 개최된다. 이제 대중적 인식과 이해를 확대·재생산한다는 설립 초기의 목적을 넘어 만화산업의 국제화와 국내 제작 인프라 구축이라는 보다 높은 이상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다. 기획전시관과 해외 부스를 포함한 전시부스의 화려한 행사들이 국내 출판만화계에 활력소가 되고, 본격적인 국제화에 뛰어든 국내 애니메이션계에 발전적인 투자모델이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지켜보고 후원해줄 때다.
<세종대학교 애니메이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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