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에 들어간 것만큼 더운 여름, 한 벤처기업에 근무하는 A씨는 가난한 회사 사정 때문에 에어컨조차 틀지 못하는 사무실에서 수많은 짜증을 참아내며 하루를 보내야 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나 몰라라’하며 날마다 술 마시고 늦게 귀가하는 남자친구. 어디서 뭘 하는지, 왜 매일 늦는지 아무리 물어봐도 대답이 없다.
하지만 이제 그녀에게도 쌓이고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할 돌파구가 하나 생겼다. 일명 말 안듣는 남자친구를 혼내주는 인터넷 플래시 게임 ‘남자친구 때리기’가 바로 그것.
게임에서는 권투 글러브, 야구배트, 총 등 말만 들어도 무시무시한 무기들이 남자친구를 훈육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이 나쁜 놈아, 아듀, 쉭, 쉭, 쉭.”
“자기야 한번만 봐줘.”
“넌 더 맞아야 돼!”
시원하게 1분간 엄청난 무기로 두드리다 보면 남자친구는 얼굴이 반쪽이 돼 용서를 구한다. 하지만 이것으로 만족하지 못한다면 ‘리플레이’키만 눌러 다시 한번 통쾌함을 맛볼 수 있으니 젊은 여성들에게 한여름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한 놀이로 이만한 게임은 없다.
최근 인터넷을 향해하다보면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재치가 돋보이는 기발한 게임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플래시로 제작된 미니게임으로 다운로드하는 불필요한 절차없이 웹상에서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이들 게임의 인기비결은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엽기’에서 찾을 수 있다. ‘괴이한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엽기는 이미 ‘사회적 통념을 깨는 재미있고 신기한 것’이란 뜻으로 변한 지 오래다.
‘엽기’ 시리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이제는 ‘엽기’와 ‘발랄’을 결합한 ‘엽기발랄’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플래시 웹게임들도 모두 젊은 개발자들의 ‘엽기발랄’한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3·1절을 기념해 제작된 ‘유관순 줄넘기’는 우리들의 영원한 누나 ‘유관순’이 등장해 31번 줄을 넘어야 끝나는 게임. 우리나라의 독립을 위해 유관순 누나는 줄을 넘을 때마다 치마를 펄럭이고 ‘대한독립 만세’를 외친다. 더욱이 게임에 지면 장중한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상황에서 유관순 누나가 줄넘기줄에 목을 매니 누가 감히 게임에 진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얼라리’ 또는 ‘변따이 게임’이라고 일컫어지는 시리즈는 엽기 게임의 대표작으로 통한다.
이 게임은 아직 기저귀를 벗지 못한 아기가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나선다는 설정에서부터 사람들의 예상을 뒤집어 버린다. 특히 이 게임의 주된 무기는 총이나 칼같은 병기가 아닌 오줌, 똥, 아빠발 등이라는 점에서 엽기 아이디어의 극치를 이룬다.
주인공 얼라리는 여자친구를 구하기 위해 무수한 똥들을 오줌으로 물리치며 대왕 보스 응가 덩어리와 한판 승부를 벌인다.
엽기 시리즈의 대표적 주인공인 엽기 토끼 ‘마시마로’도 엽기게임으로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시마로 팡팡’ ‘마시마로 포트리스’로 알려진 이 게임은 귀여운 엽기토끼 마시마로와 돼지 아저씨의 포트리스 한판대결을 그린 게임.
이 게임이 엽기적인 이유는 엽기토끼가 등장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포트리스와 같은 슈팅게임의 일종인 이 게임은 포트리스의 폭탄이 어느새 맥주병과 변기, 야구방망이 등으로 바뀌어 있다. 마시마로는 맥주병을 이용해 돼지 아저씨를 공격하며 승부처에서는 대형 변기를 이용해 회심의 일격을 가할 수도 있다. 또 돼지 아저씨는 야구방망이를 이용해 엽기토끼 사냥에 나서며 야구방망이가 두배로 커지는 필살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게임의 무기가 엽기적으로 돌변한 게임으로는 ‘뽀뽀하기’가 유명하다. 친구를 구하기 위해 고스트에 대적하는 전형적인 슈팅게임인 이 게임은 포탄 대신에 뽀뽀공세를 통해 유령을 물리치는 엽기적 스토리로 구성된다. 이 게임에 등장하는 고스트들은 마늘이나 십자가는 무서워하지 않지만 뽀뽀가 세상에서 가장 싫다고 한다.
이밖에도 탈옥수 신창원을 잡는 ‘신창원을 잡아라’ ‘거북이들의 고래잡기’ 등도 인기있는 엽기게임.
이 중에서도 엽기의 진수를 보여주는 게임은 바로 ‘파리잡기’ 게임.
게임의 주인공은 전설적인 코딱지 소녀. 매일 코피를 흘리면서도 하루 종일 코딱지를 파는 소녀의 주특기는 다름아닌 코딱지를 던져 파리를 잡는 것이다.
게이머는 코딱지를 파서 이리 튕기고 저리 튕겨 파리 사냥에 나서게 되며 끈적거리는 코딱지는 파리를 단번에 떨어뜨리는 최고의 무기로 사용된다.
하지만 엽기가 이 정도에 이르면 게임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비위 약한 어린이나 임산부는 다소 신체적 이상이 나타날 지도 모를 일.
이처럼 엽기게임이 인터넷에서 인기를 구가함에 따라 이들 게임을 소개하는 코너가 게임방송에 편성되기도 했다.
‘게임쇼 즐거운 세상’을 운영하고 있는 SBS는 지난 7월부터 ‘왕대박 별난 게임’이라는 코너를 마련하고 젊은 개발자들의 ‘엽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게임을 소개하고 있다.
SBSi의 문동열 PD는 “아마추어 게임개발자들의 우수한 게임을 소개하기 위해 코너를 신설했다”며 “아직 그래픽이나 게임성에서는 프로 개발자들의 수준을 따라가기 어려우나 게임 아이디어에서는 그동안 기성개발자들이 놓친 번득이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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