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장 창출이냐, 발신자번호표시(콜러ID) 서비스의 재판이냐.’
한국통신이 오는 연말까지 실시키로 한 단문메시지서비스(SMS)를 두고 전화기시장에서 기대와 불안이 엇갈리고 있다.
전화기업계는 신규 서비스에 따르는 시장 수요 창출에 대해 기대를 표시하면서도 SMS가 제품 수요진작에 실패한 콜러ID서비스의 전철을 밟게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감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통신이 지난달 26일 전화기 제조업체 및 외장형 단말기업체를 대상으로 SMS 전용단말기 규격을 공식 발표(본지 7월 30일자 7면 참조)하면서 불거진 SMS 사업성 논란은 국내 전화기 업계에 하반기 새로운 쟁점이 되고 있다.
◇낙관론=한국통신이 SMS 실시 방침을 밝힌 만큼 어느 정도 수요가 발생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낙관론의 근거에는 콜러ID와 달리 SMS가 교환기 기종에 관계없이 전국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 교환기종에 관계없이 전국적인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콜러ID시장보다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KT가 콜러ID서비스에서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SMS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도 작용한다.
외장형 콜러ID단말기 전문업체인 도아일렉콤 최수현 사장은 “SMS는 콜러ID서비스처럼 실패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곧 외장형 SMS단말기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LG전자 박동훈 차장도 “SMS전화기는 KT가 지향하는 음성데이터통합서비스라는 큰 그림의 일부라고 본다”며 “유선전화망을 통한 데이터서비스는 일본의 L모드처럼 틈새시장이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비관론=업체의 고민은 SMS에 대한 시장성이다. 가정 내에서 전화기를 이용해 단문메시지를 송수신할 수 있는 고객이 얼마나 되느냐가 업체들의 고민거리다. 유선 SMS로 지역 관공서, 상가 등이 지역 생활정보지 등을 통해 전하던 제품 정보, 단순정보를 제공할 경우 시장이 확산되겠지만 이는 아직까지 검증되지 않은 시장에 불과하다는 논리다.
제조업체들은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서 신제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투자규모나 시기, 시장 예측에 대해서는 아직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하고 있다.
삼성전자 진연기 과장은 “콜러ID가입률이 6, 7%에 불과하고 외장형단말기의 경우 업계 전체 재고가 100만여대에 이르는 만큼 이번 SMS에 대한 시장진입에는 신중을 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트로닉스 바텔사업부 최한태 차장은 SMS전화기 개발 시기에 대해 “당장 개발에 착수하기보다는 9월까지 업계 동향을 파악한 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SMS가 성공하려면=업계에서는 SMS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한통의 마케팅 전략, 단말기 가격의 인하, 지역정보 제공을 위한 기반 조성 등이 갖춰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선은 서비스사업자인 한국통신의 마케팅 정책이 어떻게 구현되는가 하는 점이다.
한통은 10월 말까지 단말기가 출시되면 SMS서버를 설치, 연내에 정보검색까지 가능한 전국망을 구축, 마케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업계는 한통이 SMS 마케팅에 과연 얼마만큼의 힘을 실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업계는 자칫 콜러ID단말기 경우처럼 재고가 쌓일 경우 제조업체의 연쇄도산이 일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가 한통이 서비스 마케팅을 주도하고 이에 제조업체들이 동반 편승하는 마케팅 정책을 요구하는 것도 이같은 불안감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으로 파악된다.
단말기 가격도 관건이다. 한국통신은 제조업체가 단말기 가격을 10만원대 미만으로 낮추기를 희망하고 있다. 고가의 단말기는 SMS 시장 확산에 장애 요인이 되기 때문에 가격 인하가 불가피하다. 그러나 업계는 원가 구조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액정화면, 단말기내 정보 입력장, 부품가격 등이 가산되기 때문에 콜러ID단말기보다 원가가 높다고 주장하고 있다.
삼성전자 진연기 과장은 “콜러ID전화기의 경우 일반제품보다 가격이 평균 3만원가량 비쌌으나 SMS는 이보다 1만원이 더 올라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대해 한국통신 조영득 부장은 “제조업체가 부품공동구매나 공동마케팅을 통해 원가절감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SMS를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 조성이다. 우선 가입자 댁내에 지역 생활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완료돼야 한다. 지역 음식점을 비롯한 배달업종 등에서 SMS를 이용하면 자사 매출이 증가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여기에 소비자가 전화기를 정보도구로 이용한다는 인식 전환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정보가전처럼 여러 생활정보를 검색·이용할 수 있는 단말기 개발도 필수적이다.
SMS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서비스 수단으로 자리잡으려면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로 정착시키는 엄청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는 한국통신, 단말기제조업체, 지역정보제공업체 등이 해야 할 일이다.
<조윤아기자 forang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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