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와 소매 유통점의 영향력이 오프라인 지불결제서비스 시장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신용카드 사용이 특히 많은 이들 업종에서 그동안 외부 전문업체들에 위탁하던 조회(VAN) 서비스를 관계사나 계열사에 넘겨주려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정보통신·케이에스넷·나이스카드정보 등 대표적인 신용카드 VAN 선발업체들의 입지가 위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한편 대기업들의 시장지배력이 지불결제 시장에서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LG·현대 등 정유사들은 그동안 외부 전문업체들에 의존하던 신용카드 VAN 서비스를 최근 지분출자 관계에 있는 신생 기업들에 넘기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주유소를 유통·정비의 복합거점으로 잇따라 개편하면서, 고객유치의 핵심수단으로 통합로열티 카드를 보급하는 과정에서 지불결제 업무도 일괄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국내 주유소에서 이용되는 신용카드 건수는 전체 대비 25% 이상에 달하는 규모로, 이같은 행보는 전통적인 지불결제 VAN 시장에도 적지 않은 파급력이 예상된다.
SK는 이니시스와 4대6의 지분구조로 합작 설립한 KMPS(대표 권도균 http://www.kmps.co.kr)에 OK캐쉬백·엔크린 적립서비스는 물론 신용카드 VAN 업무도 전부 넘기기로 하고, 올해 재계약부터 반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정보통신·케이에스넷 등 기존 VAN사들은 3700여개에 달하는 SK주유소(직영 780개·자영 2920개)의 서비스 재계약에서 배제되고 있으며, KMPS는 현재 주유소 가맹점을 대상으로 단말기 보급 등 상용서비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LG정유도 10% 이상 지분을 보유한 관계사인 스마트로(대표 이종인 http://www.smartro.co.kr)에 신용카드 VAN 업무를 위탁할 계획이다. 스마트로는 우선 이달중 LG그룹 계열사 통합 로열티카드 출시에 맞춰 포인트 적립 서비스부터 제공한 뒤, 신용카드 VAN 서비스도 단계적으로 흡수하기로 했다. 스마트로 관계자는 “LG정유에서 추진중인 리테일오토메이션 전략의 일환으로 향후 포인트 적립서비스를 스마트카드 형태로 통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현대정유도 현대백화점이 대주주로 있는 넥스에어로부터 신용카드 VAN 서비스 도입을 진행중이다. 넥스에어는 현재 현대백화점에도 신용카드 VAN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여기다 신세계 계열사인 신세계I&C가 최근 그룹내 VAN 사업을 공식 선언했고, 롯데도 자사 백화점·할인점들의 신용카드 VAN서비스를 롯데정보통신이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이같은 추세가 유통시장에도 확산되고 있다. 현대 관계자는 “신용카드 VAN 사업으로 신규 확장한다기보다는 그룹 차원에서 최대한 비용절감을 추구하고자 하는 경영효율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대기업들의 이같은 움직임이 또 다른 형태의 ‘불공정’ 거래 양상을 낳을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 VAN사 관계자는 “다수의 전문 업체들이 안정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마당에 관계사를 만들어 물량을 밀어주려는 횡포 아니냐”고 항변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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