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낙경의 벤처만들기>(12)벤처비즈니스와 영어

 미국 캘리포니아에 본가를 둔 A씨는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인큐베이팅 매니저로 일하고 있었다.

 유학생으로 국제경제를 전공한 그의 주요 임무는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시장 진출, 전략적 제휴 및 해외 펀딩을 지원하는 일이었다.

 유창한 영어와 국제 비즈니스 경험을 무기로 그는 해외에서 열리는 각종 전시회, 투자설명회, 세미나 등 현장에서 우리의 벤처기업들을 위해 적지않은 일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3월 정부의 병역관련 법규가 강화되면서 미국 영주권을 가진 A씨는 더 이상 경제활동을 할 수가 없었고 병역문제 때문에 귀국하지 않으면 안됐다.

 한때 테헤란밸리 주변 벤처기업에서 흔히 만날 수 있던 해외파 젊은이들이 요즘 눈에 띄게 줄어든 이유다.

 이런 일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해외파 젊은이들의 유창한 영어실력과 국제감각이 벤처기업의 글로벌 전략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수도 있었을텐데”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A씨는 현재 새너제이 자택에서 국내 벤처기업을 위한 미국 시장조사와 기획업무를 하고 있다.

 회의와 업무 연락은 인터넷을 통해 해결하고 있으니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으나 국내에서 상근하며 일할 때와는 아무래도 태평양만큼 아득하게 느껴지는 점이 있다.

 인큐베이팅 업무에 대한 연구 및 자문을 하고 있는 B교수는 최근 국내 IT분야 기업인들과 함께 인도의 IT 산업계를 시찰하고 돌아왔다. 인도 IT산업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나라에 비해 어느 하나 나은 것이 없어 보이는 인도가 어떻게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부상할 수 있었는지 매우 의문스럽다.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단 한가지를 꼽는다면 ‘영어’라고 말할 것이다.”

 이 말에 그 자리에 있던 참석자들은 모두 공감했다.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IT 기술자와 사업가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IT분야의 새로운 정보습득은 물론 나아가 국제적 사업협상에서도 자신있게 비즈니스를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업기회를 ‘미숙한 영어’ 때문에 주저하고 망설이다가 놓쳤는지,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그르쳤는지 안타까움이 크다.

 세상은 여전히 넓고 할 일은 아직도 많다. 우리의 손끝에 인터넷이 놓이면서 영어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적 일상언어가 됐다. 더구나 이제는 영어만이 아니다.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글로벌전략의 시작은 언어문제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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