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는 급격한 전환기에 당면해 있다. 20여년의 오랜 아날로그식 제작방식에서 디지털식 제작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또 젊은 신진 애니메이터들의 실험 애니메이션이 상업 애니메이션의 아이디어 공급시장으로 등장해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기존 OEM중심의 메이저 제작사들이 해외 하청제작물량의 감소로 고심할때 벤처제작사들은 정부의 육성정책을 기반으로 창작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개발해내며,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처럼 시장 상황이 급격하게 변동할 때는 기존 제작사나 벤처사 모두 공격적이고 지속적인 프로젝트 개발과 제작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다. 혁신만이 영세한 국내 제작사를 세계적인 유수 업체의 반열에 올려놓을 수 있다.
월트디즈니사는 1920년대부터 끊임없는 제작시스템 혁신과 신기술 개발로 오늘의 위상을 만들어 낸 대표적 선례다.
월트디즈니는 1928년 최초의 유성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를 만들었다. 1931년작 ‘꽃과 나무’는 최초의 삼원색 컬러 애니메이션이다. 당시 실사영화에서도 위험하다고 여기던 컬러방식을 과감하게 도입한 성공사례였다.
1937년 모두가 아직은 이르다던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 ‘백설공주’를 크리스마스 이브에 개봉했다. 당시 이 프로젝트가 실패했다면, 미국 내 몇 개 은행이 도산했을 것이라는 후문이 있을 정도였다. 월트디즈니는 부족한 제작비를 조달하기 위해 자신의 종신보험까지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고 한다. 이후 최초의 70㎜ 극장용 장편 애니메이션인 ‘잠자는 숲속의 공주’를 발표하고 기존의 트레이스방식, 즉 직접 손으로 베껴그리던 선화제작을 일시에 고속복사방식인 제록스(Xerox)로 혁신했다. 디즈니랜드의 설립도 많은 컨설팅업체의 반대를 무릅쓰고 성공한 사례이며, 90년대 ABC방송국의 합병도 할리우드에서는 유명한 공격적 경영의 사례로 손꼽힌다.
지금의 월트디즈니는 애니메이션 제작 이외에도 실사영화와 드라마 및 비디오제작, 뮤지컬을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 상품개발, TV방송사와 라디오방송 등 혁신된 콘텐츠를 토대로 토털 엔터테인먼트 그룹을 완성시켰다.
한편 1920년대부터 할리우드에서 유독 월트디즈니사에 대항해 자신의 영역을 지켜오던 애니메이터가 있었는데 이들이 바로 맥스, 데이브 플라이셔 형제다. 참신한 캐릭터로 늘 디즈니를 긴장시킨 이들이 만든 대표적인 캐릭터는 항상 건강미와 시금치로 시추에이션 형식으로 구성한 ‘뽀빠이’(1933), 코믹스에서 아이디어를 빌려와 새로운 작품 패턴으로 전환시킨 ‘슈퍼맨 ’(1940) 등이다. 그러나 매번 유성·컬러·장편 애니메이션 등에서 디즈니의 후발주자일 수밖에 없던 플라이셔 형제는 흥행 실패와 판매 저조로 결국 재정적인 파탄을 맞게 되고, 1942년 파라마운트에 합병된다.
이제 전환기에 선 국내 애니메이션 업계의 선택은 제작시스템의 과감한 혁신과 신기술 및 신장르의 개발, 그리고 공격적인 해외시장 개척 등이다. 모두가 힘들다고 할 때, 기회는 항상 있다. 그러한 가능성의 발견이 새로운 패러다임을 지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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