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디지털화로 인한 융합현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디지털화는 그동안 개별적으로 발전해온 산업간 융합현상을 촉진시키며 특히 통신, 방송, 정보기술 등을 디지털 콘텐츠산업이라는 틀 안에서 융합시키고 있다. 이 결과로 생겨난 디지털 콘텐츠는 전통적인 미디어 콘텐츠와는 개념이 다르다. 전통적인 미디어 콘텐츠가 정보와 오락 부문으로 대별되고 전달매체에 의존했다면 디지털 콘텐츠에서는 정보, 오락, 문화 등과 같은 구분이 무의미하고 전달매체에 의존하지 않는다. 디지털 콘텐츠산업은 전통적인 개념의 미디어산업을 포괄함은 물론 정보기술을 비롯한 다른 유관 산업이나 기술, 시장 등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산업을 육성한다는 것은 영화나 게임 같은 미디어산업을 발전시키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디지털 콘텐츠산업이 온전히 발전하려면 디지털화된 산업구조로의 이행이 선행되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 콘텐츠 분야에서 한 나라의 경쟁력은 정부, 사회단체, 기업, 소비자 등 모든 주체들의 비전과 역할에 따라 결정된다.
이같은 관점에서 디지털 콘텐츠산업의 육성은 국가적인 과제며 많은 선진국들이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특히 국내에서는 디지털 콘텐츠산업이 미완의 대기인 만큼 정부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디지털 콘텐츠산업 육성에 있어 정부는 직접적 개입보다는 산업지원제도 개선, 기술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전문인력 양성 등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를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면 정부는 조속한 시일내에 저작권법 등 기존 법의 테두리에서 디지털 콘텐츠산업 발전을 막고 있는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디지털 콘텐츠산업 육성을 위한 모법을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특히 기존 오프라인 아날로그 콘텐츠산업을 온전히 디지털 콘텐츠로 확대 발전시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정부는 디지털 콘텐츠산업을 실제로 떠맡아 나갈 인재양성에 주력해야 한다. 이와 관련 교육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 문화관광부 등이 나름대로 정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좀더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종합적인 인재양성 계획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육성을 위한 경영진 교육,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기획 및 제작, 그래픽 디자인 및 응용, 프로그래밍, 저작권 및 미디어 분석 등 다양한 방면에 걸친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세계표준에 맞는 디지털 콘텐츠산업의 분류체계를 만드는 한편 분야별 기술표준 등을 제정하는 작업도 시급하다. 민간차원에서 개발하기에는 벅찬 콘텐츠 제작·유통 등과 관련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기술정보 중계 기구도 운영해야 한다. 디지털 콘텐츠의 불법 복제를 막을 수 있도록 저작권을 집중관리하고 인증기관을 운영하는 것도 정부의 몫이다.
정부의 디지털 콘텐츠 육성 계획은 다양한 영역별로 구체화됐겠지만 적어도 두가지 방향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 첫째는 시장 경제의 원칙에 충실한, 돈이 되는 콘텐츠의 상품화를 촉진해야 하며 둘째는 공공부문의 디지털 정보화에도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후자의 경우 보편적인 서비스의 개념과 연계돼 시민의 복지를 향상시키는 일인 만큼 정부가 게을리해서는 안될 일이다. 하지만 디지털 콘텐츠의 공공성만을 강조해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콘텐츠의 육성을 소홀히한다면 21세기 마지막 남은 황금시장을 놓치는 것은 물론 문화 후진국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송민정 한국통신 선임연구원 mzsong@kt.co.kr>
필자 약력
이화여자대학교, 스위스 취리히대학 커뮤니케이션 박사
한국문화콘텐츠학회 이사
한국통신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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