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인 통신회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원텔의 추락은 통신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퍼시픽센추리사이버워크(PCCW)의 전략가들은 최근 인도에 대한 투자 계획 철회를 발표하면서 “접속자 수를 바탕으로 기업 가치가 평가될 때에는 ‘가입자 모집에 전력을 기울이는 것이 합리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기준은 이제 사라졌다”며 상황에 대해 솔직한 평가를 내렸다.
보다폰이 5월 29일 실적을 공개했을 당시 이 회사는 확장 위주로 운용했던 기존 자산을 긴축 관리한다는 취지의 전략 수정안을 함께 발표했다. 지난 18개월 동안 세계에서 가장 방대한 무선 제국을 세운 이 회사는 지난해 1500억 달러의 시가 총액(텔스트라는 410억달러)과 28%의 높은 EBITDA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는 그동안 성공의 원동력이 됐던 전략을 수정키로 했다. 무엇 때문일까.
통신업계는 성숙단계에 도달해 가입자 증가 추세가 둔화되고 있으며 인터넷 분야의 경쟁심화로 수익률도 저조하다. 또 기존 분야의 경우 해외 서비스로부터 발생하는 수입이 줄어드는 등 어려운 난국을 맞고 있으며 앞으로 성장은 더욱 둔화될 전망이다.
텔스트라는 지난해 12월 반기 결산결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5% 성장했다. 하지만 이 수치에는 텔스트라의 비즈니스 모델 변화와 관련된 내용이 담겨있지 않다. 이 회사의 수입 대부분은 7년전 수입의 25%에 불과하던 모바일, 데이터 및 인터넷 서비스로부터 창출되고 있다. 아태지역의 또 다른 지역 통신업체인 싱텔사도 유사한 길을 걷고 있다. 2000년부터 2001회계연도까지(3월 결산) 이 회사의 매출액은 1.2% 증가했지만 수입 구성은 텔스트라보다 빨리 변화해 왔다. 지난해 결산에서 수입의 34%를 차지하던 국제 전화부문 수입이 27%나 감소됐는데 이 감소분은 40% 증가된 공중 데이터 및 사설 네트워크 분야에서의 수입에 의해 채워졌다.
이러한 수입원 변화는 점점 가속화되고 있다.
싱텔은 옵터스 인수를 완결함으로써 모바일 통신 분야의 수입을 늘리고 지리적인 사업 범위를 넓히고 있다. 한편 모빌원 인수를 추진중인 두 개 업체 중 하나이며 규모는 컸지만 ‘지역 무선 통신업체’의 틀을 벗지 못했던 텔스트라도 인수를 통해 사업 지역을 넓히려 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이 자산 관리에 신경쓰고 있는 시점에서 이들의 움직임은 잘못된 것일까. 변화하는 시장 속에서 텔스트라, 싱텔, TCNZ 등은 바람에 맞서 항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에 비해 케이블&와이어리스, 브리티시텔레콤, 도이치텔레콤 등은 자사의 주력 시장에 집중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밝히고 있다.
내수 시장을 대상으로 할 경우 시장 전 분야에 대응해야 했던 기존 통신 업체들이 지리적 확장을 하게 되면 특정 시장 분야를 목표로 사업을 전개하기가 한결 수월해진다. 세계 시장을 무대로 뛸 때 이들은 고속 성장하는 시장 분야를 선택하거나 수익률이 높은 서비스에 집중하는 등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국제적인 시장 확장은 수입원 재구성 이상의 것을 제공한다. 싱텔과 텔스트라 모두 전체적인 수입 증가율은 낮았지만 최근 수익률은 향상되었다(텔스트라 EBIT의 경우 10.4% 증가, 싱텔 EBITDA는 8.3% 증가). 이러한 수익률 개선이 가능했던 데에는 비용 관리 개선의 역할이 컸다. 그리고 정말 중요한 변화는 통신 업계가 대기업이나 유망 업체 경영자들의 영향권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텔스트라는 올해 초 셀룰러폰 사업 전략을 시장 점유율 확대 및 유지에서 품질 및 가입자 층의 가치 제고로 전환키로 했다. TCNZ 역시 기존 사업의 수익성 제고에 역량을 모으기 위해 값비싼 AAPT 셀룰러폰의 출시를 취소했다. 마찬가지로 아태 지역에서의 국제적인 확장은 이들 기업에 규모의 혜택을 부여해 비용 구조 개선에 도움을 주고 있다. 텔스트라, TCNZ, 싱텔이 결코 무모한 도전을 하는 것이 아니다.
<버트랜드 비다우드 가트너 아태 지역 통신 분야 담당 이사 bertrand.bidaud@gartn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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