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계산업은 스위스의 기술력, 중국의 가격 경쟁력에 밀려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따라서 핵심부품의 해외 아웃소싱이 급선무입니다. 그 대안이 바로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B2B 전자상거래입니다.”
국내 매출 1위의 로만손 김광성 이사(45)는 e비즈니스를 통한 경쟁력확보 만이 국내 시계산업의 살길이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국내 시계업체들은 우수한 인적자원을 무기로 세계시장에서 경쟁해 왔으나 최근 중국의 부상과 대만 등 신흥 시계강국의 도전으로 더 이상 기득권을 고수할 수 없는 입장이라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시계업종이 B2B 시범사업으로 선정된 것은 다행스럽고 이를 계기로 산업의 e비즈화를 일궈내겠다는 것이 자신을 포함한 모든 시계인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우리같은 영세산업은 전체 기업들의 단합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특히 B2B같은 시대적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어느 한 기업이 치고 나간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지 않습니까.” 시계업종의 B2B 시범사업이 최근 모범사례로 평가되는 것도 이러한 단결력에서 나온 것이라고 김 이사는 강조했다.
“솔직히 개별기업의 e비즈 전략을 물어보면 대답할 길이 없습니다.” 로만손의 e비즈 전략을 묻는 질문에 의외로 특별한 것이 없다는 김 이사지만 사실 회사 전산화에 있어 많은 기여를 했다는게 주위의 평가다.
대학에서 기계공학, 대학원에서는 산업공학을 전공한 그는 첫 직장인 오리엔트에서 14년간 제품개발에 전념했다. 스스로를 시계 제조에 젊음을 바친 ‘오프라인 인간’이라는 김 이사는 지난 96년 로만손으로 이직한 후 사내 전산화, 생산자원관리(MRP)시스템을 개발하며 e비즈 기반인프라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사실 처음 사내 전산화를 추진할때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업무 프로세스를 전산화·통합화하는 과정에서도 부품 협력사들의 열악한 환경이 걸림돌이 되곤 했죠.”
PC조차 제대로 없는 업계 상황에서 수·발주 등의 전자문서 교환은 꿈도 꾸지 못했고 지금도 많은 하청업체들의 정보화 수준은 열악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들 업체의 정보화 동참을 촉구하면서 올 3분기 안에는 업계를 한데 묶는 ERP 구축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시계를 개발한 아이디어맨이기도 한 김 이사는 온라인 시대에 있어 시계산업은 더 이상 정밀기계 분야가 아니라고 강조한다. ‘패션과 디자인 추구’와 ‘온라인 마케팅’이 국내 시계산업의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다는 그의 발상에서 e비즈의 미래가 엿보인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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