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 컴퍼니> 부품업체 해외영업 첨병 3인

 국적을 가리지 않고 경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세계 시장을 누비는 해외 영업맨들은 ‘가장 치열한 격전지에 출전한 맹장’이다. 부품업체 해외 영업맨들의 경우 하나의 거래선을 뚫기 위해 수십번을 드나들며 공을 들인다. OEM생산이 활성화된 요즘의 경우 개발업체는 물론이고 생산업체의 담당자도 관리해야 하는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이들은 하나같이 한달이 멀다하고 국제선에 몸을 실어 비행 수십만 마일리지 가 기본이고 잦은 해외 출장으로 가족들에 미안한 심정을 갖고 있기도 하다. 삼성SDI 박용 부장, 삼성전기 문현모 팀장, LG이노텍 홍재춘 차장. 국내 부품관련 대기업의 해외 영업전선에서 정열을 불사르고 있는 ’대표선수’들이다.

 삼성 SDI LCD 영업팀 박용 부장(43)은 입사 15년차로 입사 당시부터 해외 영업팀에서 일해왔다. 입사초기 브라운관 영업에서 시작해 8년전부터는 LCD 해외 영업팀에서 일하고 있다.

 SDI의 핵심 주력 사업과 괘를 같이 해온 것. 박 부장은 9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독일지점에서 근무하며 휴대폰 세계 1위 업체인 노키아와의 거래선을 개척한 일을 최고의 순간으로 꼽는다.

 “3년간 한달에 두어번씩을 쫓아다니며 까다로운 담당자들을 설득한 끝에 노키아 물량의 3분의 1에 LCD를 공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따냈습니다. 경기가 안좋은 요즘 세계 1위 업체를 거래선으로 확보하고 있다는 사실은 큰 성과입니다.”

 삼성전기 전자소자 사업본부 MLCC 해외영업 문현모 팀장(41)은 미주(새너제이) 판매법인 창립멤버로 삼성전기가 미주지역에 첫발을 내디디던 90년부터 해외영업전선을 지켜왔다. 83년 입사한 문 팀장은 89년부터 MLCC, 칩부품 등 소재부품의 미주 영업담당을 맡았으며 90년 소재부분에서 최초로 해외 주재원 임무를 부여받아 시카고 지점과 새너제이 법인에서 미국시장을 개척해왔다. 문 팀장은 미주지역 공략을 위해 미국전역, 캐나다, 멕시코 등지에 10개 지역별 세일즈렙(Sales Rep·일종의 판매대리점)을 구성, 91년 150만달러에 그쳤던 미주지역 소재부품 매출을 95년 2000만달러까지 급성장시키는 개가를 올렸다.

 LG이노텍 디지털 멀티미디어 해외영업팀 홍재춘 차장(38)은 음향부품인 튜너의 해외 영업을 금성아토스 시절부터 8년째 담당하고 있다. 일본 협력업체와의 계약에 따라 99년부터 독자적인 해외영업이 가능해진 홍 차장은 요즘 유럽 유수업체에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해 숨돌릴 틈이 없다. 홍 차장은 일본 JVC에 연 700만달러의 튜너 공급계약을 성사시킨 데 이어 신규시장 개척을 위해 일본, 유럽, 동남아, 대만, 인도, 중국 등지를 한달이 멀다하고 드나들고 있다.

 국내 대표 부품업체의 해외 영업 선수들이 말하는 최선의 영업전략은 무엇일까. 특별한 전략이 있을 법한데도 공교롭게 이들이 강조한 것은 ‘정직’이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명히 구별해 구매담당자에게 솔직히 말해 신뢰를 쌓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이들은 강조한다. LG이노텍 홍 차장은 “행여 부품에 불량이 발견된 경우 먼저 구매담당자에게 알려주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해외 부품시장의 부침을 누구보다 예민하게 감지하고 있는 이들은 세계 시장에 대해 “3분기부터 차차 좋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소비수요 감소로 쌓여 있는 전자제품 유력 메이커들의 재고가 점차 소진돼 가고 있고 연말 수요 증가에 대비한 생산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는 것. 이에 따라 “점차 주문이 늘어나고 있으며 9월이나 10월이 피크가 될 것”이지만 “대폭적인 성장은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잦은 해외 출장으로 가족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다. 삼성전기 문 팀장은 “한 달의 반을 출장으로 지내다시피 하다보니 항상 집을 비워야 했고 타국 땅까지 함께 따라와줘야 했던 가족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며 “그럼에도 불구, 불만의 내색 한번 없이 참아준 아내가 고마웠다”고 말한다. 가족들을 달래는 비책도 있을 법한데 삼성SDI 박 부장은 출장중에도 매일같이 집에 전화를 해주는 등 지속적인 관리를, LG이노텍 홍 차장은 귀국 때마다 아이들 선물을 준비하는 물량공세를 비법으로 내세웠다.

 웬만한 초보 기장만큼의 비행기록을 갖고 있는 이들의 비행거리는 얼마나 될까. 삼성SDI 박 부장과 삼성전기 문 팀장은 “출장지에서의 비행까지 합치면 100만마일은 족히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100만 마일은 서울―LA를 170여번 오간 거리. 시간으로 따지면 80일간을 꼬박 하늘위에 떠있는 셈이 된다. LG이노텍 홍 차장도 50만 마일은 족히 될 거라고 말한다.

 10년여 세월을 해외 영업에 몸바쳐온 이들은 이제 막 해외 영업을 시작하는 후배들의 능력을 하나같이 높이 평가했다. “요즘 친구들은 영어면 영어, 컴퓨터면 컴퓨터 못하는 게 없는 것 같다”는 이들은 후배들에게 각각 “기본을 지킬 것, 위기를 기회로 역전시키는 예술적 재능을 가질 것, 성격을 개조해 호감가는 성격을 갖출 것” 등을 당부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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