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에 빠진 사람들/가마타 히로키 지음/ 김수진 옮김/참솔 펴냄
미국이 세계 최강의 IT산업국이 된 가장 큰 원동력은 무엇일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우수한 인력풀을 첫손으로 꼽는다. 창의력과 경영수완을 두루 갖춘 천재들이 없었다면 미국이 IT강국을 꿈꾸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물론 이같은 천재 대열에는 빌 게이츠, 스티브 잡스, 래리 엘리슨, 앨런 케이 등 너무나 낯익은 얼굴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은 미국 IT경제를 대표할 뿐 아니라 세계경제를 쥐락펴락할 정도의 ‘거물’로 성장했다.
그러나 세계 최강의 IT산업은 결코 몇몇 천재들에 의해 탄생한 것은 아니다. 이외에도 미국에는 열정과 패기로 똘똘뭉친 다양한 인재들이 세계 최강의 디지털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IT컨설팅 회사인 ‘소켄’의 대표인 가마타 히로키가 지은 이 책은 그동안 천재들의 그늘에 가려있던 미국 경제의 숨은 일꾼들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에도 천재들이 많은데 왜 미국의 IT산업을 따라잡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저자가 이를 통해 찾아낸 정답은 미국에는 천재들뿐 아니라 창조적인 괴짜들이 너무 많다는 것.
저자가 바라보는 미국내 창조적인 괴짜들은 빌 게이츠나 래리 앨리슨 등에게서 느껴지는 비정함은 없다. 이들에게도 부나 명성이 뒤따르긴 했으나 그것이 목적은 아니다. 그들은 보다 편리하고 행복한 인류 공동의 삶을 생각하는 거시적인 문제의식을 가진 가슴 따뜻한 또 다른 천재들이다.
저자는 이들을 통해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실리콘밸리의 인물상이 지나치게 단편적이었음을 깨닫게 해준다.
이 책에는 11명의 괴짜들이 소개된다. 저자는 이 괴짜들의 색깔에 맞춰 각각 독특한 ‘닉네임’을 붙이고 인물상을 조명한다.
예컨대 OMG 리처드 솔리 회장의 경우 저자에 의해 ‘위대한 조정자’라고 불린다. 750여개의 소프트웨어 회원사를 거느리고 있는 그는 훌륭한 말솜씨와 발산하는 에너지, 부드러운 성품, 유머감각 등으로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여긴 갈등이나 분쟁을 척척 해결해냈기 때문이다.
또 인터넷 도서관 개념을 처음 생각한 알레스인터넷 브루스터 칼 사장에게는 ‘성공한 몽상가’, 학력이 출중하지도 않지만 공룡기업의 프로타입을 개발한 전 휴렛패커드 사이언티스트 월리엄 켄트에게는 ‘고고한 철학자’라는 별칭이 붙여진다.
이밖에 저자는 괴짜들의 개성에 따라 ‘히피 스타일의 전자건축가’ ‘꿈꾸는 쾌락주의자’ ‘IT 정글의 보안관’ 등으로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11명의 불가사의한 괴짜를 통해 이른바 디지털경제 시스템에서는 기발한 상상력과 가슴 뜨거운 정열을 가진 사람이 곧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고 진단한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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