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기본입자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들은 어떤 상호작용을 하는 것일까. 물리학자가 아니어도 한번쯤 품어봄직한 의문이다. 그러나 우주의 기원과 진화과정을 밝히는 학문은 쉽게 던질 수 있는 질문처럼 간단하지는 않은 것 같다.
경북대 고에너지물리연구소 손동철 박사(49·물리학과 교수)는 이런 공허한 의문을 이론과 실험을 통해 하나씩 풀어 갈 수 있는 학문이 바로 물리학이라고 말한다. 그 중에서도 물질을 구성하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하고 입자 사이의 현상을 규명하면서 궁극에는 우주의 기원을 밝히는 실마리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기초물리라고 강조한다.
손 박사가 최근 개설한 고에너지물리 서머 인스티튜트는 기존 물리학 연구들이 순수학문 분야보다는 사업화라는 것에 얽매여 고체·화학·생물·인지 등 응용물리에 치우치는 현실에 대한 자각에서 비롯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고에너지 물리연구 분야는 기초과학 중에서도 순수한 학문입니다. 물론 물질의 특성을 연구하는 응용물리는 현실적이고 사업적인 측면에서 각광을 받고 있지만 누군가는 배고픈 분야에서 말없이 연구에 몰두해야 우리나라 기초과학도 발전하게 되는 것이지요.”
한국과학재단 후원으로 국내에서 처음으로 열린 고에너지 물리 서머 인스티튜트는 물리실험과 이론에 관심있는 대학원생들을 대상으로 서울대 김진의 교수, 한국과학기술원 고병원 교수, 연세대 김충선 교수 등 국내 고에너지 물리 분야의 최고 권위자 6명이 강의를 맡았다. 이들 모두 과학기술부가 지난해 지정한 우수연구센터인 고에너지물리연구소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연구진이다.
“우리나라는 기초과학 투자비율이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 비해 훨씬 낮습니다. 특히 기초과학은 사업성과 거리가 있다는 이유로 등한시돼온 게 사실인데 실험과 연구 등 기초에 관심있는 학생들을 키워보자는 것이 이번 행사의 취지입니다.”
행사의 취지대로 손 박사가 제안해 이뤄진 이번 서머 인스티튜트는 매년 실험과 이론을 번갈아가며 실시된다. 교육을 통해 물리학 중에서도 가장 순수하고 핵심분야라 할 수 있는 고에너지 물리에 대해 깊이있는 연구의 길을 열어주자는 의미다. 이같은 교육을 통해 향후 10년 안에 고에너지 물리분야에 박사급 200여명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이 정도면 현재 일본의 연구인력과 거의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손 박사가 이끄는 고에너지물리연구소도 고에너지 물리 분야 핵심연구와 인력양성을 위해 지난해 7월 과학기술부로부터 우수연구센터로 지정, 앞으로 9년 동안 매년 12억5000만원을 지원받는다. 서머 인스티튜트 역시 연구소 인력확보 등 연구소의 기본 인프라 구축에 적지 않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손 박사는 “연구소의 중요한 사업인 서머 인스티튜트 같은 기초과학 인력양성사업이 좀더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실험기자재 부족 및 연구공간 협소 등 열악한 연구환경은 앞으로 세계적인 실험에 참여할 수 있는 기초과학인력 배출을 어렵게 하고, 결국은 우리나라 기초과학기반이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손 박사는 기초과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약력> △75년 서울대 물리학과 △85년 컬럼비아대 물리학과 네비스 연구원 △99년∼현재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2001년 한국물리학회 국제교류위원회 위원
<주요연구> △350기가일렉트로볼트(GeV) 중성미자 중수소 충돌실험과 참 쿼크연구 △10GeV e+e-(양전자음전자) 상호작용과 보텀 쿼크연구 △60GeV 양전자음전자 상호작용과 새로운 입자탐색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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