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반도체 경기불황의 심화로 자금난을 겪는 장비업체들이 속출하면서 비교적 형편이 나은 기업이 이들 기업을 싼값에 인수하는 인수합병(M&A) 사례가 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반도체 경기불안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기업을 매각하는 사례가 생겨나면서 사업확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에 M&A의 호기로 작용하고 있다.
더욱이 최근들어서는 올들어 극심한 자금난에 봉착해 자본마저 잠식된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출현하면서 액면가 또는 액면가 미만에 기업이 M&A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반도체 제조용 식각장비를 개발해온 에이티엘은 지난달 중순 주성엔지니어링에 지분 59.5%를 넘겨 주성의 계열사로 편입됐다. 당시 자금난을 겪어온 에이티엘은 주성에 액면가 500원씩에 지분을 넘기는 조건으로 267만여주를 13억여원에 매각했다. 반도체 칩 검사장비 등을 생산하는 세원반도체 역시 이달 초 유사한 조건으로 회사를 삼우이엠씨에 매각했다. 세원반도체는 19만2000여주를 액면가인 5000원에, 11만5000여주를 액면가보다 할인된 주당 3400원씩에 삼우이엠씨에 매각해 결과적으로 평균 액면가 이하인 주당 4400원에 지분 31.43%를 넘겼다.
액면가 또는 액면가 미만에 회사를 매입한 주성엔지니어링과 삼우이엠씨는 이번 계열사 추가를 계기로 각각 300㎜용 식각장비와 검사장비를 포함한 반도체 장비사업으로 사업을 다각화한다는 계획이다.
경기상황이 좋지 않은 틈을 타 장내외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지분을 사모으는 적대적 M&A 사례도 있다.
미국의 포토마스크 전문업체 포트로닉스는 국내 포토마스크업체 피케이엘의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최근 국내 증권사를 이용, 주식공개매수의 방법으로 적대적 M&A를 실시했다.
포트로닉스는 이달 초 공개매수로 피케이엘 주식 30만주를 주당 4만7000원씩에 사들여 총 지분 33.59%로 최대주주가 됐다. 이는 포트로닉스로부터 주식매각을 제안받았던 피케이엘의 기타 주주사들이 주당 8만원선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데 비하면 경기불황을 틈타 40% 이상 싼 값에 지분을 인수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경기불황으로 관련 장비업체들이 자금난을 겪고 있는 동시에 기업가치마저 낮아져 M&A의 호조건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하반기에도 경기가 회복될 조짐이 보이지 않음에 따라 심각한 경영난에 직면하는 반도체 장비업체가 늘어날 전망이어서 비교적 형편이 나은 업체가 경영이 어려운 업체를 인수하는 M&A 사례는 하반기에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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