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션·e베이 합병 6개월 평가-외형상 큰변화 없지만 합리적 기업문화 창출

 옥션이 세계 최대의 경매업체인 미국의 e베이에 인수된 지 6개월이 지났다. 지난 1월 8일 세계적인 경매사이트 e베이와 국내 최대의 인터넷 경매업체 옥션의 합병 발표는 국내 닷컴기업과 언론은 물론 일반인들로부터도 지대한 관심과 주목을 받았다.

 닷컴기업의 위기론이 한참 회자되던 당시 1500억원이라는 인수합병(M&A) 규모만으로도 화제가 됐지만 국내 닷컴기업이 외국 기업에 인수된 첫사례로 향후 전개될 변화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더욱 집중됐다. 실례로 옥션과 e베이의 합병 후 매출 순위 2위와 3위이던 이쎄일과 셀피아가 전격 합병해 이셀피아가 탄생했으며, 삼성물산은 삼성옥션의 시장 철수를 결정하는 등 경매 시장의 구도가 완전히 바뀌기도 했다.

 이금룡 옥션 사장은 지난 반 년 동안의 변화를 한마디로 “점진적이고 조용한 동질화 작업”이라고 표현한다. 합병에 따른 급격한 변화를 피하는 대신 e베이와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내부 혁신작업이 계속돼왔다는 평가다.

 일반적으로 국내 기업들이 외국 자본에 인수될 경우 회사명 및 CI 변경이나 경영진 교체 등은 정해진 수순이지만 옥션-e베이의 경우 이 같은 외형적인 변화는 없었다. e베이는 국내에서 옥션의 인지도를 고려, ‘e베이코리아’ 대신 ‘옥션’을 회사명으로 그대로 사용키로 했으며 단 한 명의 국내 상주임원도 두지 않았다. 단지 미국 본사의 브라이언 스웨티 수석부사장(COO)을 비롯한 사외이사 5명과 사외감사 1명을 옥션의 이사로 선임했을 뿐이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합리성을 목표로 점진적인 변화가 있었다. 우선 회계시스템에 전면적인 개편이 있었다. 옥션은 e베이로부터 일일결산체계와 투명하고 선진화된 예산 및 비용관리 시스템을 도입, 구축했으며 이를 통해 결산시기와 실적

발표를 예정보다 앞당겨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사내 문화도 크게 바뀌었다. 옥션은 무엇보다 인적자원을 가장 중요시하는 e베이의 인사정책에 기초해 직원들의 급여 수준을 업계 최고로 높여놨다.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사무공간을 확장했으며 어학지원금 제도, 주택자금 대출제도 등 다

양한 복리후생제도도 도입했다. 직원에 대한 대우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물론 직원들의 업무량은 크게 늘었다. 미국 기업들의 생리대로 ‘확실히 일하고, 일한 만큼 대우받는’ 체제를 도입한 것이다.

 옥션-e베이의 합병 6개월은 일단 성공작이라는 평가다. 그러나 6개월은 합병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기업간 문화적 간극을 메우는 허니문 기간일 뿐이다. 옥션-e베이 합병에 대한 진짜 평가작업은 그 시기가 언제까지일지는 모르지만 허니문 기간이 끝나는 시점에야 그 결과가 나올 것이다.

<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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