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 인 더 뉴스>TI코리아 손영석사장

 요즘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기업들 사이에서는 새로운 단합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변화의 주역은 최근 한국외국기업협회 신임회장으로 선임된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코리아 손영석 사장(46).

 18년간 TI코리아에 몸담으면서 외국 반도체업계를 대표하는 인물로 자리잡아온 그가 외국기업협회장을 맡자 주위에서는 벌써부터 그를 구심체로 협회를 재건하자는 분위기다.

 마치 이를 반영하기라도 하듯 그가 회장직을 맡은 지 석달남짓 됐지만 그동안 100여개의 외국기업이 회원으로 가입, 회원사수가 1000개로 늘어났다. 새롭게 가입한 회원도 소니·도요타·BMW·메트로라이프·필립스 등 굵직굵직한 외국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외국기업들을 모아 정치세력화하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다만 그동안 흩어져 제각각 목소리를 내던 외국기업들을 한데 모아 보다 체계적으로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으고 영세한 외국기업에 대한 지원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손 사장은 외국계 한국법인들이 규모가 크고 상당수 선진화돼 있을 것이라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의외로 시작단계의 영세한 업체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또 협회활동도 한국에 진출한 9000여개 외국기업들을 대표하려면 더 많은 회원을 확보하고 체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그는 앞으로 3년간의 협회장 임기 동안 안팎으로 분주할 수밖에 없다.

 우선 안으로는 회원사들이 협회를 중심으로 모일 수 있는 실질적인 연계고리를 만들 생각이다. 협회를 통해 회원사가 성장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은 물론 집적시설로서 외국기업 전용센터 건립도 추진할 생각이다.

 대외적으로는 외국기업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한 공익광고는 물론 오는 11월 21일을 ‘외국기업의 날’로 만들어 외국기업들의 활동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또 외국기업과 투자자들을 모아 대북조사단을 파견하는 것도 그가 이른 시일 내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손 사장은 이같은 많은 활동에 앞서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보다 왕성하게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것이 더 급선무라고 강조한다.

 “기업은 성장을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도 이윤을 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며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기업활동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도록 제반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아직도 한국이 외국기업에 대해 상당수 경직된 시각을 갖고 있고 기업활동 여건도 그리 좋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처음 진출했을 때는 친근한 원조자로 여기던 외국기업에 대한 시각이 노사분쟁을 겪으면서 적대적으로 변했다가 IMF 이후로는 다시 일방적인 투자자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것이다.

 더욱이 요즘에는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국가가 정부의 지원아래 산업단지를 마련하고 각종 세제혜택을 주면서 공격적으로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있지만 한국은 관세가 평균 28%나 되는 등 갈수록 외국기업들이 투자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또한 노동환경의 경직성도 외국기업들에는 상당한 고충이다. 기업의 상황에 따라 감원과 고용이 적절하게 운영돼야 하는데 사실상 한국에서는 전혀 불가능하다고 한다.

 대다수 외국 기업의 경우 여건에 따라 근로자들과의 의견 절충을 통해 감원하기도 하고 다시 그 인원들을 재고용하는 등 탄력적인 인원조정이 가능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그는 ‘인력의 남다른 우수성’을 내세우며 한국의 가능성을 빼놓지 않는다. 평균 교육 수준이 높고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인력이 우리의 무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이같은 생각을 TI코리아를 경영하면서도 잘 느끼고 있다. 직원들이 기업의 주체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장을 마련해주면 스스로 제몫을 한다는 것이다. 다만 구조와 틀을 제대로 만들어주는 것은 경영자의 몫이다.

 평소 털털한 성격에 직원들과도 가족처럼 지내는 친근한 경영자지만 일에 있어서는 꼼꼼하고 분명하게, 그리고 신속히 처리하는 것도 다 이같은 생각에서다.

 “한국경제가 어려우면 한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라며 “우리 정부는 외국기업이 한국에서 경제활동의 주체로서 경쟁력을 키우고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제반 구조를 만드는 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끝을 맺었다.

<약력> 손영석

 △55년 대구 출생 △78년 성균관대 전자공학과 졸업 △79∼83년 공군장교 복무 △83년 TI코리아 반도체부문 영업부장 △94년 TI코리아 반도체부문 부사장 △98년∼현재 TI코리아 대표이사 사장 △99년 전자산업진흥회 전자산업발전 유공자 대통령 표창 △가족:부인 이지선씨(40)와 2남 △취미:여행·골프 △주량:소주반병 △흡연:하루 반갑 △혈액형:B형 △좌우명: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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