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발표한 ‘인터넷데이터센터(IDC) 보호지침 및 기준안’(이하 기준안)에 대해 IDC업계의 의견을 대폭 수렴키로 하자, 업계는 일단 환영하는 반응이다. 그러나 수정 수위나 기본적인 방향에 대해서는 정부 측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나오지 않아 아직까지도 공감대를 형성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IDC업계는 이에 앞서 정부가 처음부터 민간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생략한 채 기준안부터 마련한 것 자체에 불만을 갖고 있었다. 기준안을 내놓은 시점도 마찬가지다. 업계는 지난해 이후 IDC가 30여개로 급증했고 치열한 가격경쟁과 덤핑시비가 난무하는 가운데 정부가 기준안을 제정하자 ‘손님도 없는데 대문을 고치라는 격’이라는 것이다.
내용면에서도 업계는 IDC를 평가하는 잣대가 시설 기준에만 국한돼 있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IDC를 운영하려면 네트워크, 외부연동망, 보안과 백업을 포함한 관리시스템 등이 모두 필요한데 이번 기준안에는 단지 센터 자체에 대한 하드웨어 기준만 언급돼 있어 IDC의 종합 평가기준으로는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는 또 이번 기준안이 미국 등 외국 IDC 시설기준만을 참조함으로써 국내 상황과 동떨어진 결과를 가져왔다고 보고 있다. 기준안에서 제시한 30여개 항목 가운데 국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들로는 △최소 40분 이상 평균전력 130%를 공급할 수 있는 무정전전원장치(UPS) 의무 설치 △24시간 온습도를 측정할 수 있는 항온항습기 설치 △별도의 출입통제장치를 설치, 센터 출입기록을 3개월간 보관 △전산실 외벽에 동체감지센서 부착 △지진사태에 대비한 시설보강 등이 지적되고 있다.
업계는 정전시 5∼10분이면 충분히 대처할 수 있는데 40분 이상 평균전력을 유지할 정도의 대용량 UPS는 과도하고 항온항습기도 24시간이나 측정할 필요가 없으며 출입기록을 장시간 보관해도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또 대부분 전산실 외벽 창문은 지상에서 높이 달려있어 손대기조차 어려운데 감지센서를 부착할 필요성이 있는지, 국내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 추가 비용을 들여 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점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도시와 멀리 떨어진 외딴 곳에 IDC를 세우는 미국과 달리 도시 한복판에 있는 기존 건물을 고쳐 IDC로 운영하는 국내 상황과는 차이가 크다”며 “정부의 기준안은 외국의 강력한 기준을 적용한 것으로 국내 업체에 이를 수용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그러나 기준안과 관련한 업계의 실질적인 요구는 한마디로 현실적인 ‘사업보장’이라 할 수 있다. 업계는 정부의 요구사항을 준수하는 대신 사업성을 보장해 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수준을 수용할 경우 이에 상응하는 조건으로 일정 수준의 고객데이터베이스를 운영하는 닷컴기업이나 일반 기업에 대해 기준안을 통과한 IDC를 의무적으로 이용해야 한다는 조항을 추가해 달라는 것이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기준을 만들어주면 시설강화를 위해 얼마든지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정통부의 한 관계자는 “이번 기준안은 최근들어 자본력과 선진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외국계 IDC들이 속속 진입하는 가운데 국내 IDC들이 이에 대한 경쟁력과 소비자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요건을 갖췄는지를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사업성을 보장하거나 일반 보안등급제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견해를 보였다.
정통부는 따라서 일단 업계의 입장은 충분히 반영하되 ‘인터넷데이터센터 보호지침 및 기준’의 기본 취지에 위배되는 것들은 배제한다는 선별 수용원칙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 서동규기자 dk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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