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크로 프로세싱시대 열린다>(3) 서버업체들의 수성전략

 1951년 5000여개의 진공관을 이용해 1초에 400만번 연산할 수 있는 슈퍼컴퓨터가 등장한지 50여년만에 지난해 IBM은 초당 12조3000억번의 연산능력과 160테라바이트(TB)의 하드디스크 용량을 가진 초대형 슈퍼컴퓨터 아스키 화이트(ASCI White)를 내놓았다. 최고 성능의 컴퓨터를 개발하기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맺은 결실이었다.

 이처럼 더욱 강력하고 안정적으로 기업 컴퓨팅 환경을 구축하려는 서버(엔터프라이즈 컴퓨터)업체들의 노력은 CPU업체들보다 상당히 앞서 있다.

 물론 서버는 슈퍼컴퓨터나 메인프레임과는 상당수 다르지만 서버업체들은 그동안 기업 컴퓨팅 환경을 어떻게 구축하는 것이 효과적인가 하는 고민을 수십년간 지속하면서 앞선 기술력과 다양한 방법론을 축적해왔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것이 바로 클라이언트와 서버. 개별 컴퓨터(클라이언트)를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중앙의 두뇌(서버)를 통해 기능을 수행하고 연산을 처리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전용 프로세서와 전용 운용체계(OS)를 갖추고 추가되는 작업량은 여러대의 서버를 연결할 수 있도록 응용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왔다.

 또 어떤 물리적인 변화에도 정보를 안정적으로 유지·관리할 수 있고 과부하를 줄이는 다양한 대처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이 이들이 내세우는 강점이다. 후발주자인 CPU업체들이 경험하지 못한 기업 컴퓨팅 환경에서만의 메커니즘이 있다는 주장이다. 서버업체들은 그동안 명령어축약형컴퓨팅(RISC) 계열의 전용 프로세서와 독자적인 OS로 자신들만의 아성을 구축해왔다. 서버시장의 리더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64비트 서버용 전용 프로세서인 ‘울트라스파크Ⅲ’ 칩을 후지쯔와 공동 개발, 탑재하고 있다. 또 독자적인 OS ‘솔라리스8’과 ‘자바’, 응용 소프트웨어인 ‘선 그리드’ 등을 무기로 내세워 기업 컴퓨팅 시장선점에 나섰다.

 IBM은 0.13㎛의 상보성금속산화막반도체(CMOS) 공정기술과 구리배선을 활용해 음성인식 및 무선 동영상 서비스가 가능한 ‘CMOS 9S’ 기술을 개발, 시제품 개발에 들어갔으며 통합 OS ‘몬트레이’도 내놓았다.

 휴렛패커드(HP)는 전용칩 ‘파-리스크(PA-RISC) 8700’을 내놓은 데 이어 인텔과 병렬처리컴퓨팅기술인 EPIC을 사용해 64비트 ‘아이테니엄’을 내놓았다. HP는 유닉스 기반 OS인 ‘HP-UX’ 등도 독자기술로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들어 서버업체들의 전략이 바뀌고 있다.

 전용 프로세서와 OS를 고집해 독점하기보다는 경쟁업체들과의 상호 기술제휴나 공동 개발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선이 후지쯔와 핵심 칩을 공동 개발하거나 HP가 인텔이나 트랜스메타의 CPU를 탑재하는 것도 모두 같은 맥락이다.

 결국 기업 컴퓨팅 시장에서의 싸움은 CPU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OS와 응용 소프트웨어로 대응력을 갖추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고객이 원한다면 유닉스나 리눅스 등의 OS도 도입하고 PC 기반의 서버도 판매할 수 있다.

 다만 누가 빨리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해 안정된 시스템을 제공하느냐에 달렸다는 판단이다.

 서버업체들이 인텔의 ‘아이테니엄’에 대해 경계심을 가지면서도 일견 안심하는 부문도 이 때문이다. 기업 컴퓨팅 환경이 오픈 환경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에 인텔의 끼어들기가 가능하다고 보지만 또 한편으로는 치열한 경쟁속에서 후발주자인 인텔이 미드레인지급 이상의 엔터프라이즈 서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시의적절하게 부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이들은 고성능시장을 중심으로 차세대 OS와 응용 소프트웨어를 잇따라 내놓고 더욱 밀접한 고객 마케팅을 통해 지속적으로 인텔 따돌리기를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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