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선위원 kspark@etnews.co.kr
“지식경영, 지식정부, 지식자본, 지식사회….”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다. 특히 지식(知識)의 공유를 통해 전체 조직원의 지식과 조직력을 최대로 이용하기 위한 지식경영(knowledge management)의 도입 열기는 뜨거울 정도다. 이는 기업은 물론이고 정부·학교·군대·시민단체 등도 마찬가지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고지식경영자(CKO)가 있는 30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한국 지식경영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 노하우 등을 관리·활용하는 데 투입되는 비용이 지난 98년보다 2배 이상 늘었다고 한다. 또 세계 1000대 기업의 80% 이상이 경영의 초점을 지식에 맞추고 있다고 외신이 전하는 것을 보면 지식경영 도입 열풍이 한때의 바람은 아닌 것 같다.
시대의 화두로 급부상하고 있는 지식경영이란 과연 무엇인가. 작게는 자신과 자아를, 크게는 자신과 조직 간의 인간관계를 통해 지식을 창출하고 공유하는 과정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한마디로 기존의 주먹구구식 인사 및 영업 평가방식을 수치로 계량화하고 객관적으로 인정된 지식정보를 전사원이 공유토록 하는 것이 지식경영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요게시 교수는 지식경영이란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급격하게 변하는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의 생존과 경쟁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다시 말해 정보기술에 의한 데이터 및 정보의 가공 능력과 인간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능력을 통합해 가치창조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의 조직적인 프로세스라는 설명이다.
‘생각의 속도’라는 저서를 통해 80년대에는 품질, 90년대에는 기업업무의 재구축, 2000년대에는 속도가 화두라고 밝힌 빌 게이츠는 “인간의 신경망처럼 기업내부에 구축된 디지털 신경망을 통해 정보의 정확성·신속성 등을 보장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지식경영의 요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들뿐 아니라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경쟁력의 관건은 지식이며 이의 활용 여부가 국가 및 기업의 흥망성쇠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으나 과연 지식이 기업이익과 직결되는지는 의문이다. 그 이유는 지식이 기업의 모든 것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대차대조표에도 나타나지 않고 세제상의 혜택 등 세금에 영향을 주는 어떠한 요인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자산가치를 평가할 때는 가장 핵심이 되는 무형의 자산으로 인식되고 지식을 근간으로 하는 지식경영이 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으니 참으로 묘한 일이다.
CKO를 전진배치하는 기업이 늘어나는 것도 시대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지식경영과 지식관리를 총지휘하는 고급임원을 일컫는 CKO의 주 임무는 조직 내부 또는 구성원들이 보유한 전문지식을 발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물론 지식경영을 위한 지식공유시스템의 기반 구축, 사내 지식활용을 위한 지식문화 조성, 지식경영 프로세스 관리 업무 등도 총괄 지휘한다. 그뿐 아니라 전략적 차원에서 각종 정보를 수집하고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어떤 종류의 지식이 필요한지를 결정하는 등 최고경영자와 버금가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지식정부 구현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변화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 정부가 정부지식관리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은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다. 전임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전수받지 못해 빚어지던 시행착오를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개개인의 노하우, 성공·실수사례, 아이디어, 보고서 및 계획서, 관련 인터넷 사이트 등을 조직의 공유자산으로 활용하는 등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기업 경쟁력의 중심축이 자본·노동력·설비 등의 유형자산에서 지적자본·기업이미지·기술력 등 무형자산으로 옮겨지고 있으며 지식자산의 활용이 국가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것을 보면 지식시대에 성큼 접어든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지식경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점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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