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넘어야할 산` 아직 많다>(1)첫 관문을 넘었을 뿐

하이닉스가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 성공으로 유동성 위기의 한 고비를 넘겼으나 진짜 위기는 지금부터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시적으로 자금 융통에 숨통이 트였으나 장기적으로 하이닉스의 유동성 위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반도체 시황 전망도 썩 밝지 않다.

 하이닉스의 현주소와 과제, 국내 반도체산업 정책의 개선점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지난 15일 하이닉스가 당초 계획을 웃도는 12억달러 규모의 GDR 발행에 성공하자 하이닉스는 물론 국내 금융 및 산업계도 한숨을 내쉬었다. 나아가 국가 경제를 짓눌러온 대우차 등 다른 부실기업의 문제도 해결될 것이라는 낙관론이 대두됐다.

 그런데 냉철하게 보면 하이닉스 사태는 ‘현재진행형’이다.

 하이닉스가 조달한 12억달러는 올해 예정된 부채를 갚는 데에도 턱없이 모자란다. 물론 하이닉스는 상반기 1조원의 전환사채 발행, 5억달러 안팎의 LCD사업부문 매각으로 부채를 갚아나갈 계획이나 빚을 갚고 나면 사실상 투자를 엄두도 내지 못한다.

 특히 하이닉스가 마지노선으로 삼은 64MD램 가격 2달러선이 무너졌으며 언제 다시 상승할지 불투명하다.

 하이닉스가 지난 1분기에는 680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으나 지난해의 20%에도 못 미치며 이마저 2분기엔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반도체업계는 3분기 중 회복세를 탈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이를 6개월 이상 늦춰잡고 있다.

 하이닉스가 GDR를 발행한 15일 네덜란드 필립스, 대만 UMC, 미국 제너럴세미컨덕터 등 반도체 주요회사들은 2분기 실적 악화와 연내 시황 호전이 힘들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수요 침체에 따른 주요 시스템 업체의 재고 누적으로 반도체 판매를 기대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D램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D램 업체들은 얼마전 NEC가 연내 D램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했을 때 향후 수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D램 가격이 오히려 더 하락하자 이제는 NEC와 같은 조치를 취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밀려들고 있다. D램 1위 업체인 삼성전자도 최악이라 여기는 2분기 매출 부진이 하반기에도 지속될까 우려하고 있다.

 다른 D램 업체와 달리 하이닉스는 주어진 시간도 짧다.

 외자 유치와 국내 채권단의 추가지원으로 하이닉스는 내년 상반기까지 회사채 상환부담이 없다. 달리 말하면 하이닉스는 늦어도 내년초엔 막대한 영업이익으로 가용현금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시황이 좋아진다는 보장이 없는 것이다.

 D램 가격이 상승한다고 해도 지난해만큼의 호황을 누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D램 시장에서 PC의 영향력이 둔화된 구조변화를 감안할 때 시황이 좋아진다 고 해도 가격상승폭이 예년에 비해 크게 둔화되고 상승시간도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의식해 하이닉스도 주력인 64M 제품의 비중을 낮추고 고부가가치 D램과 비메모리 제품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10개월 가까이 지속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느라 관련 설비투자가 전무하다시피했으며 앞으로도 그렇다. 영업력도 크게 약화됐다.

 하이닉스 경영자들이 한달 가까이 돈을 꾸러 다니는 동안 경쟁사의 경영자들은 직접 고객사를 돌며 세일즈했다.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사업을 강화하는 전략도 최근 TSMC 등을 비롯한 선두업체들이 심각한 경영난을 겪을 정도로 수요가 위축돼 하이닉스가 기대하는 만큼의 수익성을 높이기 힘든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들은 그동안 유동성 위기에 가려졌을 뿐 하이닉스에 잠복해 있었으며 앞으로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GDR 발행 성공은 하이닉스에 드리워진 먹구름이 가실 수 있다는 가능성만 확인한 것일 뿐 위기상황은 그대로며 하이닉스의 생존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말했다. 외자유치보다 더욱 풀기 힘든 숙제가 다음주 귀국하는 하이닉스 경영진들을 기다리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