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업계,플립칩 등 반도체 패키지 기판 투자 고민
‘기회 선점을 위해 지금 투자해야 하나 혹은 시장 상황을 보아가며 투자 시기를 결정해야 하나’
반도체 패키지 기판을 중점 생산하고 있는 국내 주요 인쇄회로기판(PCB)업계의 고민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재 반도체 패키지 기판 중 BGA 기판 및 메모리 모듈 기판을 생산하는 삼성전기·LG전자·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심텍 등 기판업체들은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판으로 부각되고 있는 플립칩·램버스·DDR·CSP 기판에 대한 투자시기를 놓고 골머리를 앓고 있다.
차세대 반도체 패키지 기판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플립칩 기판의 경우 하루라도 빨리 투자를 실시해야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데 여러가지 여건상 선뜻 결정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플립칩 기판의 최대 수요처인 미국 인텔은 현재 일본 이비덴, 대만 컴팩으로부터 조달하고 있는 플립칩 기판의 수급선을 다변화하기 위해 국내 주요 PCB업체에게 관련 설비 투자를 조기에 집행해 줄 것을 요청해오고 있다”면서 “그러나 인텔이 요구하는 플립칩 기판 투자 규모가 워낙 커 투자시기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내한한 인텔 관계자는 “플립칩의 경우 최소 1000클래스 정도의 완전 클린룸을 설비를 갖춘 전용 라인을 구성해야만 오더를 줄 수 있다”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같은 조건을 충족시키려면 최소 1000억원에서 최대 2000억원 정도의 신규 설비 투자액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측의 분석이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요즘같은 불황기에 1000억원 이상의 투자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그러나 기회 선점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마냥 투자시기를 늦출 수도 없어 고민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비록 샘플 수준이지만 이미 선투자를 실시한 일본 이비덴과 대만 컴팩의 경우 플립칩 부문에서 짭짤할 재미를 보고 있어 국내 PCB업계는 투자를 더이상 늦출 수만은 없는 형편이다.
이달들어 잠시 주문이 감소했지만 램버스 D램용 모듈 기판 수요가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일어날 것이고 하이닉스·마이크론테크놀러지 등이 DDR의 생산량을 하반기부터 대폭 늘린다고 발표, 이에 준하는 설비 투자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반도체협의회(SIA)가 올말부터 세계 메모리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어 내년부터는 본격 호황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현물 시장에서는 가격이 갈수록 떨어지고 수요 증가도 둔화되고 있어 하이닉스·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말만 듣고 투자를 할 수 없는 처지라는 게 대덕전자·코리아써키트·심텍의 솔직한 속내다.
그렇다고 시장 상황이 호전되기를 기다리다 보면 우리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대만·중국이 반도체 패키지 기판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실시하고 있어 자칫 시장을 내주게 되는 상황도 전혀 배제할 수 없어 국내 PCB업계는 90년만의 대가뭄으로 타들어가는 대지마냥 속이 검게 타들어 가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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