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휴대폰 시장 재편바람

　세계 휴대폰시장 재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세계 주요 휴대폰 업체들이 경기침체에 따른 휴대폰 수요감소로 인해 휴대폰 생산중단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의 급물살을 타면서 머지않아 세계 휴대폰 메이저가 바뀌는 등 시장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프랑스 알카텔(alcatel.com)은 스웨덴 에릭슨(ericsson.com)이 자사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일본 소니(sony.com)와 제휴하기로 한 지 수주 뒤인 지난달 말 전체 단말기 생산작업을 외주용역을 주기로 했다.

　네덜란드 소재 필립스(philips.com)도 지난 4년간 주주들에게 8억5000만유로의 거액 손실을 입힌 자사 휴대폰사업을 관련업계 처음으로 완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에릭슨의 지난 1분기 휴대폰 매출은 52%나 격감, 57억크라운의 손실을 냈으며

세계 2위 휴대폰 제조업체인 미국 모토로라(motorola.com) 휴대폰사업부의 매출도 29% 급감, 4억200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1분기에 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3위 휴대폰 제조업체로 떠오른 독일 지멘스(siemens.com) 역시 이 기간에 휴대폰사업 손실규모가 1억4300만유로에 달했다. 　

　게다가 휴대폰 가격이 매년 15∼20%씩 떨어지고 있는데다 출시단위 증가율도 기존 50∼ 60%에서 올해 10%선으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ING베어링스(ingbarings.com)의 스티븐 브롤릭 분석가는 “휴대폰업계 최초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휴대폰업계의 구조조정을 가속시키는 최대 요인 중 하나인 칩 재고 문제도 사활을 결정짓는 절대적 요인이다.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딘위터(online.msdw.com)의 안젤라 딘 분석가는 “휴대폰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반도체같은 휴대폰 부품 판매”라며 “이들의 재고가 줄어들 조짐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분기인 오는 4분기에 휴대폰업체들이 소비자 구매열기에 불을 당길 새로운 인터넷폰을 출시할 수 있을지의 여부마저도 아직 미지수라고 우려했다.

　2.5세대 휴대폰 서비스인 이른바 ‘일반무선패킷서비스(GPRS)’의 상시 무선 인터넷 네트워크가 곧 유럽에서 본격 운영될 예정이지만 아직 흥미로운 새로운 서비스는 전무한 형편이다. 더구나 세계 최대 이동전화 서비스업체인 보다폰(vodafone.com)같은 회사들은 새로운 GPRS휴대폰의 가격을 대폭 인하해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벌이고 있다.

　보다폰은 최근 자사 신제품 GPRS단말기를 영국 최대의 전화회사 브리티시텔레콤 (bt.com) 제품의 반값에다 요금도 브리티시텔레콤 가입료보다 적은 금액으로 영국에서 서비스에 들어갔다.

　세계 휴대폰시장 점유율을 보면 노키아가 지난 1분기 시장점유율 35.3%로 1위를 지켰고 모토로라 13.2%, 지멘스 6.9%, 에릭슨이 6.8%로 이어 2∼4위를 차지했다. 특히 노키아만이 이 기간 매출이 20% 늘어난 58억유로에 업계에서는 유일하게 12억유로라는 굵직한 순익을 올렸었다.

　전문가들은 “휴대폰산업도 이제 가전제품으로, 똑같은 부품 사용으로 이익이 매우 박한 텔레비전과 비디오 녹화기처럼 전자산업의 하나가 됐다”며 “필립스가 경쟁회사가 3개사뿐인 세계 면도기시장에서 65%의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면서 12%의 높은 이익을 챙기고 있는 기존 가전산업의 교훈을 되새겨 볼 때”라고 입을 모은다.

　이제 휴대폰산업도 거대한 시장 지배력만이 이익을 낼 수 있어 휴대폰산업이 거대 시장 점유율을 겨냥한 관련기업간 인수합병(M&A)으로 시장재편의 소용돌이에 휩쓸릴 수밖에 없는 처지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진단이다.

<제이 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