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6월 14일 오전 6시. 10여년째 당뇨병으로 고생하는 데다 고령이어서 거동이 불편한 80대 후반의 박씨(남).
입맛도 없는 데다 외아들은 분가해 챙겨줄 만한 가족이 없어 저녁을 걸렀던 박씨는 이부자리에서 일어나자마자 어지러움을 느끼고는 혈당치를 재기 위해 ‘헬스케어박스(원격생체신호측정기)’를 찾았다.
헬스케어박스엔 혈당측정기, 전자혈압계, 요분석기, 전자청진기 등이 모듈형태로 내장돼 있고 통신 모뎀도 있어 구급상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
박씨는 검지 손가락을 헬스케어박스의 구멍에 집어넣었다. 전자복사선을 이용해 채혈없이 혈액내 혈당을 측정하기 때문에 피 한방울 흘리지 않고 혈당치가 자동으로 간편하게 측정됐다. 그 결과 혈당수치가 너무 낮게 나왔다. 걱정이 된 박씨는 디지털TV 앞에 앉아 강남종합병원 원격의료센터와 연결해주는 리모컨의 버튼를 눌렀다.
40대 후반의 원격 주치의가 화면에 나왔다. 박씨는 원격 주치의에게 자신의 혈당치를 얘기하지도 않았는데 원격 주치의가 호통(?)을 친다. 헬스케어박스가 이미 박씨의 생체신호를 측정해 강남종합병원 임상데이터 전용서버에 전송·저장하고 원격 주치의가 이를 모니터상에서 확인한 상태였다.
원격 주치의는 어지럼증은 저혈당이 그 원인이라면서 고령인 상태에서 저혈당 증세가 심할 경우 자칫하면 쇼크로 사망할 수 있으니 좀 더 철저하게 몸관리를 하라고 주의를 주면서 간호사를 보내겠다고 한다.
1시간후 간호사가 박씨의 집을 방문했다. 원격 주치의가 영상을 통해 간호사에게 진료지시를 내리고 간호사는 그 지시에 따라 박씨의 상태를 일일이 점검한다. 원격 주치의는 혈당치가 낮고 혈압이 조금 불안할 뿐 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곤 좀 더 정밀한 진료를 원하면 병원을 찾아오라고 말한다.
오후 1시쯤 병원을 찾은 박씨는 내친김에 미국의 유명한 UCLA 데이비스병원에서 원격진료 받는 것을 요구했다. 인터넷을 통해 박씨의 진료기록을 확인한 미국 UCLA 데이비스병원 당직 의사와 박씨의 원격 주치의는 환자를 가운데 놓고 영상으로 의견을 교환한 후 진료와 함께 처방전을 내리고 전자차트시스템에 이를 기록한다.
처방전 데이터는 처방전 서버로 전송됐고 박씨는 집근처 약국으로 찾아갔다. 약국은 처방전 서버로부터 박씨의 처방전 데이터를 다운받아 바로 처방약을 내놓았으며 박씨는 전자화폐기능이 있는 전자주민증으로 결제를 한다.
오랜만에 외출한 탓인지 피곤함를 느낀 박씨는 집에 돌아오자마자 거실에서 쓰러졌다. 이때 박씨 집에 설치된 센서는 박씨의 움직임과 숨소리가 감지되지 않음에 따라 무인경비서비스센터에 이상을 알린다.
무인경비서비스센터엔 박씨가 집에 있을 경우 매 시간마다 움직이는 동선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놓고 있어 센서에서 확인된 데이터를 서로 비교한 후 박씨가 위급한 상황임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출동요원에게 출동지시를 내리는 동시에 응급센터에도 이 사실을 알린다.
현장에 도착한 출동요원은 응급조치를 했고 곧이어 구급차가 도착해 박씨를 병원으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구급차엔 초소형 엑스선영상진단기와 초음파영상진단기, 환자감시장치 등 각종 의료기기가 있어 박씨를 진단한 영상 및 생체 데이터가 무선망을 통해 응급센터 의료진에 전달되고 의료진은 IMT2000단말기를 통해 구급 요원에게 응급조치 지시를 내린다.
응급차는 20분만에 센터에 도착했고 의료진은 박씨가 소지한 전자주민증(스마트카드)을 카드단말기에 집어 넣고 박씨의 인적사항과 연락처 등을 확인한다. 특히 특정 약물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고 당뇨병이 있다는 것을 확인한 의료진은 한층 주의를 기울이면서 박씨를 소생시키기 위한 응급조치에 돌입하는 한편 가족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준다.
뇌졸중으로 쓰러진 후 1시간내 모든 의료조치를 받아 생명은 건졌지만 박씨는 반신불수가 돼 휠체어를 사용하게 된다. 휄체어는 박씨의 목소리를 인식해 작동하고 계단 또는 턱이 있는 인도에도 쉽게 올라갈 수 있는 첨단제품이어서 일상생활을 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또 박씨가 혼자 외출하더라도 박씨의 위치를 알려주는 소형 단말기를 목에 걸고 있어 가족들은 안심을 하게 된다. 이와 함께 박씨의 바이오리듬이 인터넷을 통해 아들 집에 있는 액자에 연결돼 있어 액자안에 있는 박씨 사진은 바이오리듬이 안좋으면 인상을 쓰고 바이오리듬이 좋으면 웃음을 짓게 됨에 따라 아들은 아버지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할 수 있다.
이같은 첨단의료서비스가 10년 후면 현실화할 것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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