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수출이다>(15)생체인식산업-60억 세계인의 신체비밀 토종 기술에 담는다

‘우리 몸에 열쇠가 있다.’

 생체의 특징을 추출해 본인임을 인정받는 생체인식 기술이 출입문의 열쇠, 온라인상 패스워드 등을 대체하면서 시장을 형성해 가고 있다.

 특히 전자상거래 확대에 따라 보안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각종 생체인식 기술 적용은 ’대세’인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생체인식 기술은 본인 인증이라는 기본적인 기능에 더해 로봇·오락기기·건강진단기기 등으로 영역확장이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어 관련 산업의 시장규모는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국내에는 지문인식 업체를 중심으로 40∼50여개의 생체인식 업체들이 있다.

 이들 업체는 ‘기술’과 ‘아이디어’에 의해 판가름나는 생체인식 산업의 특징 때문에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판단, 향후 수출주력품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은 세계 유력업체들의 특허장벽을 뚫고 미국특허 획득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산업 부흥을 위한 채비를 갖추고 있다. 생체인식 관련 세계시장 규모가 연 30%의 고성장을 계속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해외 조사기관을 통해 발표되면서 생체인식 분야에 진출하는 기업들이 줄을 서고 있다. 현재 세계 생체인식 산업 시장은 줄잡아 1조원대. 내수 시장은 1000억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아직까지 시장에 본격 형성되지 못하고 있는 현 실정에서 참여업체가 난립, 자칫하면 ‘제살 깎아먹기식 수출경쟁으로 망가진 유망품목’이라는 국내산업의 고질병이 도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천기술이라 할 수 있는 알고리듬과 센서, 암호화 기술 등을 개발하고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업체는 극심한 경쟁을 뚫고 국제 경쟁력을 지닌 기업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나아가 생체인식 분야가 수출유망 산업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업체의 난립을 막고 보안성과 신뢰성·안정성 등을 공인해 줄 수 있는 평가기관과 상호호환성·위험격감·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한 표준마련이 시급하다고 업계는 지적하고 있다. 물론 업계 자체적으로는 지속적인 기술개발과 해외시장 개척 마케팅 전략에 총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생체인식 산업이 다가오는 21세기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을 접목할 수 있는 수출 유망산업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정보통신부는 지난 2월 생체인식협의회(의장 손승원)를 발족하고 업계 기술교류 및 시장활성화를 지원하는 한편 업계 현안에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했다.

 협의회는 그간 준비모임을 거쳐 6월 1일 첫번째 워크숍을 개최하고 기술개발·표준제정·시험 및 성능평가에 대한 주제발표 및 시장활성화 전략에 대한 토의를 가질 예정이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4억8000만원의 기술개발자금을 지문·홍채·정맥 인식 시스템 개발에 지원했고 올해 사용자인증을 위한 생체인식 처리기술, 생체인증시스템 보안성 평가 연구 등 2개 과제에 25억원을 지원하는 등 생체인식 산업육성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을 방침이다.

 생체인식 시장은 약 40%가 출입통제 부문에 몰려 있다. 이는 96년 60%에서 점차 하락하는 추세다. 생체인식 업체들은 단순 출입통제 제품 위주의 시장에서 탈피, PC보안을 시작으로 e커머스와 m커머스에 활발히 진출하고 있으며 스마트카드와의 연동, 총기사용 관리 등 시장개척의 한계를 깨 나가고 있다.

 초기에는 지문인식 시장이 생체인식 시장을 선도했으나 최근들어서는 장문·음성·얼굴·홍채 부문으로 시장이 급속도로 다변화되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지문인식 분야가 전체 생체인식 시장의 39%를 차지할 정도로 주력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지문인식 분야 점유율의 하락은 지문인식이 가진 낮은 사용성 등에도 원인이 있지만 그보다는 각 기술별로 적합한 사업분야를 개척하게 된 결과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이는 생체인식이 본격적인 산업으로 자리잡아가는 징후로 판단되기도 한다. 출입통제 부문에 집중됐던 생체인식 기술적용의 폭이 넓어지는 현상과 맞물려 있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생체인식 기술의 적용확대를 위해 업체들은 안정적인 인식률 유지, 지문인식 모듈의 에이직화 및 가격인하, 인증시간 단축을 위한 시스템 개선 등의 과제를 풀어내려 애쓰고 있다.

 지문날인이 갖는 인격침해적 요소, 생체정보를 공개하는 것에 대한 일반인의 거부감 등 심리적 저항도 업계의 고민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관계자들은 기존의 패스워드나 열쇠가 가진 한계와 생체인식 기술이 제공하는 편리한 인증환경 등을 내세워 이러한 문제가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국내시장

과 세계시장의 높은 성장률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생체인식 산업의 첨병역할을 하고 있는 지문인식 업체들의 올해 화두는 온라인상 지문인식 기술의 적용이다. 최근들어 발빠르게 진행된 온라인 생체인증은 바이오메트릭 PKI 기반 기술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상 은행거래와 전자상거래 등에서 개인인증을 지문인식으로 해결, 보안성을 높이고 패스워드 관리에 따른 불편함을 없애겠다는게 이들 사업의 주된 내용이다.

 지문인식 업체들의 성공여부는 생체인식 산업이 향후 국내시장에서 자리매김할 수 있느냐에 대한 첫번째 시험무대인 동시에 나아가 세계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생체인식 관련 기술 개발과 사업다각화 및 전문화, 정부의 법적·정책적 지원 및 학계의 기술인력 지원 등 3박자가 갖춰져야만 21세기 수출산업으로서의 생체인식 기술이 안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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