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SW업체 돈벌기 급급…사용자 배려는 뒷전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소프트웨어(SW) 업체들이 영업 및 매출활동에만 급급해 국내 사용자를 위한 현지화 정책이나 지원 수준이 크게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i2테크놀로지·시벨코리아·SAP코리아·팁코소프트웨어·웹메소드 등 일부 외국계 SW업체의 경우 제품 한글화 지원이 제대로 안되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한글 홈페이지나 한글화된 제품 자료조차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사용자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또 본사의 좋은 지원 프로그램을 제때에 시행하지 않고 늑장을 부리거나 기술 지원 정도도 본사 및 다른 지역에서 제공하는 수준에 크게 못미치는 등 한국 사용자에 대한 투자나 지원이 전반적으로 취약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중장기적인 투자를 통해 국내 시장에 안정적으로 뿌리를 내리겠다는 현지화 전략보다는 한국에서 매출만 올리면 된다는 근시안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국내 사용자들과의 심각한 마찰로 이어지는 등 후유증이 적지 않다. 특히 시벨·i2 등 최근 몇 년사이 급성장한 다국적 기업의 경우에는 한국 시장 진출을 위한 체계적인 준비없이 소수의 영업조직만으로 꾸려가고 있어 본사의 영향력이나 인지도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

 시벨코리아(대표 오영수)는 세계적인 고객관계관리(CRM) 전문업체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한국 시장에서는 단순 영업조직 정도의 활동만을 보이고 있다. 직원 14명 가운데 대부분이 영업인력이며 기술지원을 전담하는 인력은 고작 1명으로 기술지원에 대한 정책이 크게 미흡한 상태. 또 사용자 교육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그나마 국내에는 전문적으로 교육할 인력이 없어 본사의 인력을 초빙해 영어로 교육을 진행하는 등 사용자 배려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한글화 문제도 불만 대상이다. CRM의 경우 엔지니어 대상이 아닌 실제 현업에서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기 때문에 한글 지원이 필수적인데도 파이낸스 모듈을 제외하고는 한글을 거의 지원하지 않다는 것. 또 시벨 제품 정보를 체계적으로 접할 수 있는 한글화된 자료조차 없어 고객관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라고 보기 힘들다는 반응을 얻고 있다.

 i2테크놀로지코리아(대표 박성칠) 역시 지사 출범 2년이 지났는데도 현지화 전략이 거의 부재한 상태. 한글 홈페이지나 한글 제품 카탈로그조차 없어 사용자들이 i2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여력이 없어 진행을 못하고 있다는 것이 i2코리아측의 변명이지만 i2가 지난해 국내에서 1500만달러 매출을 올린 점을 감안하면 돈벌기에만 급급하고 사용자 배려는 안중에도 없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이 일고 있다. i2는 지난해에는 e마켓플레이스 솔루션인 트레이드 매트릭스가 한글 지원이 안돼 제품을 공급했다가 교체되는 수모를 겪는 등 세계적인 공급망관리(SCM) 및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공급업체라는 위상을 무색케하고 있다.

 SAP코리아(대표 최승억)도 국내 SW시장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비해 국내 기업으로서의 면모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는 평가다. 마이크로소프트·한국오라클·한국CA 등이 국내 협력사나 벤처기업을 위해 다양한 투자를 벌이고 있는데 반해 SAP는 지난해 55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으면서도 국내 시장 지원 프로그램이 전무한 실정이다. 또 연간 유지보수 비용도 다른 외국계 업체들의 8∼13%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공급가의 17%를 받고 있으면서도 잦은 인력이동으로 서비스 품질은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이 사용자들의 불만이다.

 웹메소드코리아(대표 하혜승) 역시 고난도 기술이 요구되는 기업간통합(B2Bi)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해 기술지원 서비스가 사용자 기대에 못미치고 있으며 팁코소프트웨어코리아(대표 최마리아)도 지사 설립 1년이 지났는데도 한글 홈페이지 하나 없이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국내 업체로서의 면모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밖에 한국사이베이스(대표 이상일)는 아태지역에서 이미 1년전부터 시행하고 있는 아시아 솔루션 센터(ASC) 사업을 국내에서는 최근에서야 발표해 국내 업체들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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