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객실 예약시스템 시급한 과제

 세계인의 축제 ‘2002 한·일 월드컵’이 불과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내 호텔, 여관 등 숙박시설들의 예약시스템이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한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공동 개최국 일본이 현재 우리보다 10배 가량 많은 객실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짐에 따라 자칫 월드컵관련 관광산업의 주도권을 넘겨주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숙박시설 예약시스템의 시급함에 설득력을 더해가고 있다.  

 이에 따라 문화관광부와 월드컵조직위원회, 한국관광공사는 전국 특 1·2급 호텔과 기타 숙박시설의 정보 및 객실을 통합한 예약시스템 구축을 서두르고 있다.

 현재 특 1·2급 호텔의 예약시스템을 외국업체에 용역시켜 월드컵 패밀리(각국 선수·임원·심판단 및 협회 인원)의 편안한 체류를 위한 시스템 구축에 나선 상태지만 이해 당사자인 호텔측의 온라인 실시간 예약망 구축은 답보상태다.

 또 각 개최지(전국 10개 도시)의 여관 등 일반 관광객을 주 대상으로 한 숙박시설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공식 지정업소 선정작업에서조차 난항을 겪고 있어 이들을 한데 묶은 통합 예약망 구축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국내 호텔 및 숙박시설의 예약시스템 현황 및 추진상황=월드컵을 앞둔 국내 호텔들은 특 1·2급의 일부를 제외하고는 온라인상의 객실 실시간 예약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고 그나마 실시간 예약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곳들도 프런트오피스에서 e메일·팩스·전화 등을 사용한 수작업을 통해야만 하는 실정이다.

 실제 다이렉트로 예약확인이 가능한 곳은 소피텔 앰배서더, 호텔신라 정도며 나머지는 예약실 등에서 한번 걸러 사실 여부를 전달하는 수준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찾는 해외 관광객이 사전에 호텔 객실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지적된다.

 호텔을 제외한 숙박시설(모텔 등)은 예약시스템은커녕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한 곳이 전무한 상태. 물론 이를 통합관리하는 시스템도 없어 외국인이 입국 전에 예약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문화관광부는 그 해결책으로 월드컵조직위원회(위원장 정몽준·이연택)와 한국관광공사(대표 조홍규)를 축으로 월드컵 기간 내 국내 특 1·2급, 관광 1·2·3급 호텔과 모텔 등 숙박시설의 정보 및 예약시스템을 구축한다.



 조직위는 영국의 바이롬사와 손잡고 국제축구연맹(FIFA) 관련인원 및 각국 언론기관, 11개 공식 파트너(스폰서) 등의 한국 체류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바이롬의 호텔 정보시스템인 바우처시스템을 가동시켜 전국 11개 월드컵 개최도시의 특 1·2급 및 관광호텔 객실정보를 통합 관리하는 방안이 추진중이며 이미 특 1급 호텔 33개와 특 2급 49개 대부분과 협약을 맺은 상태다. 바이롬은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에서 FIFA 공식 지정 숙박서비스 업체로 선정돼 바우처시스템을 가동시킨 바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국내 여관 및 민박시설의 통합정보망 구축에 나섰다. 월드컵 유치에 필요한 약 98845개(문화관광부 조사)의 객실확보를 위해 우선 이들을 월드컵 지정 숙박시설로 선정하고 이 정보를 새로 개설하는 코리아인닷컴(월드인닷컴) 사이트에 게재해 외국인의 객실 예약을 돕는다는 방침이다.

 사업자로는 한국정보통신이 선정됐고 올 7월 말 구축완료해 시범운용에 들어간다. 이 사이트에서는 한글을 포함, 영어·중국어·독일어·스페인어·일어 등이 제공되고 카드 결제를 통한 예약이 가능하다.

 ◇문제점=문화관광부와 관광공사가 추진하는 전국을 잇는 예약망 구축작업이 당초 예상보다 더딘 진척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그 이유로 지방자치단체의 월드컵 공식 숙박업소 선정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점을 지목했다. 이는 호텔을 제외한 우리나라의 숙박시설이 현재 러브호텔화되고 있고 하루 회전율은 5회에 달하는 상황에서 자칫 지정업소가 될 경우 대목철에 오히려 매출이 감소된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또 지정업소로 선정될 경우 지자체의 지나친 간섭으로 영업에 지장을 초래할지도 모른다는 인식도 배경 가운데 하나다.

 더욱이 지정 숙박업체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그다지 매력적이지 못하다는 점도 지정업소 선정 외면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까지 문화관광부가 제시한 객실확보 수치를 충족시킨 지자체는 한군데도 없다. 사업주체인 관광공사와 한국정보통신측은 적어도 50% 이상의 지정 숙박시설이 확보돼야만 홈페이지 구축이 가능하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어 예약시스템 구축작업은 난항을 보일 전망이다.

 ◇해결안 모색=월드컵 지정 숙박시설로 선정될 경우 다양한 지원책이 요구된다.

 문화관광부 국민관광과는 따로 PC가 없더라도 한국통신의 이지체크시스템을 통해 예약 및 해약확인이 가능토록 지원하며 향후 월드컵이 끝나면 이들 업체 가운데 기준에 준한 업소는 관광호텔급으로 승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단지 이러한 지원책이 지난 서울올림픽 때처럼 지정 음식점으로 선정된 후 행사가 끝나 유명무실해진 점을 되새겨 지속적 관리 및 지원을 업소들에 약속하고 참여를 독려해야 한다.

 특 1·2급 호텔의 경우 외국 호텔들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객실 자체만을 치장할 것이 아니라 가장 기본인 예약시스템 구축에 눈을 돌려야 할 때다.

 조직위와 바이롬의 예약시스템은 월드컵 기간 중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예약문화를 정착시키는 국민정서 확립도 월드컵을 눈앞에 둔 현시점에서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명승욱기자 swmay@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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