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상거래 「ebXML표준안」 완성 의미

전자상거래분야의 최대 이슈라 할 수 있는 ebXML 표준안이 마침내 완성됐다. 아직은 완전한 규격이라기보다는 기초적인 골격에 그치고 있지만 조만간 피와 살이 붙으면 완전한 규격으로 태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bXML 표준화는 그동안 여러차례 국제적인 관심거리로 떠올랐던 여느 표준 규격과는 성격이 사뭇 다르다. ebXML은 단순한 제품규격이 아니다.

인간의 상거래 관습이나 서로 다른 제도까지도 정형화된 틀 속에 집어넣는 매우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문제까지 포함하고 있다. ebXML은 때문에 여러 분야에 미치는 파장이 대단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IT산업은 물론 상거래 제도나 환경, 나아가 국제경제 질서까지 재편해나가는 21세기 경제체제의 근간으로 간주되고 있다.

 ◇IT산업에 미치는 영향=이번에 마련된 표준안은 기술표준에 치우쳐 있어 IT산업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IT업체들은 전자상거래 솔루션이 기존의 정보화 솔루션과 달리 상대방과의 인터페이스가 가장 중요하다는 점 때문에 표준화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커머스넷의 에코프레임워크, 커머스원의 xCBL, 인텔·IBM의 로제타넷,아리바의 cXML,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토크 등이 그것이다. 이들은 그동안 독자적인 규격을 지향하며 시장 주도권을 노려왔다.

그러나 UN과 유저그룹인 오아시스가 혼란스러운 전자상거래 표준화문제를 해결코자 ebXML 표준화를 추진하면서 주춤하거나 이에 협력하는 등 서로 다른 대응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이번 표준안 마련을 계기로 IT업체들은 표준화경쟁 대신 ebXML 규격을 지원하는 제품의 선점경쟁에 본격 뛰어들 전망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비즈토크에 ebXML 지원기능을 추가하고 세계시장 제패를 꿈꾸고 있다. 이로 인해 거인들의 주도권다툼을 이용해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던 중소 IT업체들은 더 열악한 환경에 처해질 공산이 높다.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 ebXML을 지원하는 솔루션만 구축하면 어느 누구라도 큰 장애없이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게돼 전자상거래 활성화의 기폭제가 될 전망이다. 전자상거래의 활성화는 시간과 거리의 제약이 따르는 오프라인 중심으로 구축된 경제질서를 상당부분 파괴시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질서 또한 새롭게 재편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누가 전자상거래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느냐, 또 다른 한편으로는 누가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환경을 조성해나가느냐의 싸움이 예고되고 있다. 이 문제는 결국 코어컴포넌트와 비즈니스 프로세서라는 보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표준화에서 첨예하게 맞부딪힐 전망이다.

 인텔과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반도체분야의 로제타넷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서와 소니 등 완성품 전자업계 중심의 오아시스가 희구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서는 서로 다르다. 뿐만 아니라 서구업체들과 동양업체들의 상거래 관행은 상당한 차이가 있다. 따라서 비즈니스 프로세서의 표준화문제는 개별 기업과 지역간 흥망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한국의 대응=한국은 앞으로 도래할 전자상거래를 경쟁력제고의 기회로 보고 국가적 차원에서 정보화와 e비즈니스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때문에 세계적인 전자상거래 환경이 어떻게 규정되는지를 결정하는 분야에는 매우 적극적인 대응을 해왔다. 이미 한국이 주축이 돼 대만·일본과 제휴해 ebXML아시아를 구성하고 향후 펼쳐질 비즈니스프로세서 표준화를 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로제타넷을 통해 반도체분야 비즈니스 프로세서를 주도해 나가고 있다.

또 전자산업진흥회와 전자e마켓플레이스인 일렉트로피아는 전자부품의 분류체계와 전자카탈로그 DB화 등에서 오히려 일본을 앞지르고 있다. 일본은 ebXML의 표준화에서 보다 유리한 입지를 확보하기위해 한국과 제휴를 희망하고 있으며 이는 한일 양국이 서구 주도의 표준화에 상당한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특히 인터넷환경은 아니지만 전통적인 VAN환경의 무역자동화사업자들이 활동하고 있는 동아시아 6개국을 묶는 사이버무역망 구축을 주도하면서 앞으로 닥칠 ebXML 표준화에서 강력한 힘을 비축하고 있다. 동아시아사이버무역망이 구축되면 비즈니스프로세서 표준화에서 아시아적 환경이 최대한 반영돼 이 지역 기업들이 보다 유리한 전자상거래 환경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에 완성된 ebXML의 기술표준에 관해서는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기술표준은 마이크로소프트·IBM·선마이크로시스템스·아리바·커머스원 등 세계적인 수준의 IT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특히 표준안의 등장으로 이들의 시장공략이 대폭 강화될 예정이어서 국내업체들의 입지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업체들은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방법 등으로 ebXML을 지원하는 세계수준의 독자적인 브랜드를 만들어 내수시장과 아시아시장을 발판으로 세계수준의 IT업체에 대응하는 방안 등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용어해설

 인터넷 기반 전자상거래 데이터교환(ebXML:e-business extensible Markup Language) 표준안은 확장형표기언어(XML) 기반 전자상거래 솔루션이 서로 다른 기술사양과 용어·작업순서 등으로 만들어져 데이터 호환성이 떨어지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국제연합 산하 기구인 유엔전자거래 및 무역진흥센터(United Nations Center for Trade Facilitation and Electronic Business)와 차세대정보표준기구(Organization for the Advancement of Structured Information Standards)가 공동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따라서 ebXML은 국내 거래뿐만 아니라 국가간 거래에도 적용될 수 있는 표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산업자원부 주도로 현재 업종별로 구축되는 다양한 e마켓플레이스를 상호연동하기 위해 ebXML의 전세계 표준 활동에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국내에서 진행 중인 업종별 e마켓플레이스에도 이를 적용토록 시범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또 한국전자거래진흥원도 한국 ebXML 전문위원회를 구성, 국제회의에 참석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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