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이동통신을 제2의 수출주력산업으로

“이동통신산업을 제2의 반도체산업으로 육성하라.”

　삼성전자의 중국 차이나유니콤 CDMA 낙찰을 축하하기 위한 김대중 대통령의 삼성전자 및 정통부 관계자에 대한 초청격려에서 제시된 이동통신산업 중점 육성방침은 상당한 의미를 던지고 있다.

　김 대통령의 이날 지시와 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 및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보고가 그대로 실현된다면 우리의 국가경제는 그야말로 튼튼한 ‘펀더멘털’을 확보하게 된다.

　이동통신산업은 대기업의 활동에 크게 의존하며, 수출단가의 상승과 하락폭이 큰 반도체산업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경제에 든든한 펀더멘털을 제공하는 산업이다.

　만약 이동통신산업이 2005년까지 세계최고 수준으로 올라서 반도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양대 수출주도산업으로 도약한다면 우리경제는 불황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는 안전판을 확보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우리나라의 이동통신산업의 역사는 사실 일천한 수준이다. 90년대 중반까지 모토로라가 독점했던 국내이동통신시장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최초로 상용화시킨 CDMA 디지털기술을 발판으로 급성장을 시작했다.

　CDMA기술을 바탕으로 PCS사업자가 탄생한 98년부터 국내수요의 대부분을 국내기술로 충당시켰으며 이를 앞세워 CDMA 수출로까지 이어졌다.

　특히 CDMA에서 축적한 기술력은 에릭슨이나 노키아 등이 전세계를 석권하고 있는 유럽기술표준인 GSM시장까지 공격할 수 있는 발판으로 연결됐다.

　그 결과 산업화 5년,수출개시 4년 만에 우리나라 이동통신산업은 올해 수출 100억달러 달성이라는 목표를 설정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정통부 자료에 따르면 이동통신을 비롯한 무선통신기기산업의 전체수출품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7년 사실상 ‘무(無)’에서 지난해말 4.7%까지 제고됐고 4월말 현재는 5.3%로 끌어올려진 상태다.

　반도체 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출주도산업으로 이동통신산업을 육성한다는 의지는 현재 국내업체들의 기술력과 기술흐름을 전제할 때 그리 불가능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

　전세계 CDMA시장에서는 최초의 상용화국가답게 단말기시장에서는 53.5%의 점유율을, 시스템에서는 6.7%의 점유율을 각각 기록하고 있다.

　제품기술력에서는 삼류 취급을 받던 가전제품과 달리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한 일류제품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일례로 국내 이동통신산업 대표주자인 삼성전자는 지난해말 CDMA 및 GSM단말기 시장에서 노키아(33.9%), 모토로라(12.7%), 에릭슨(8.7%), 지멘스(6.9%), 파나소닉(5.0%)의 뒤를 이어 세계시장의 4.8%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통적 라이벌인 LG전자 외에도 국내 중견 CDMA단말기 제조업체들이 GSM시장 공략을 적극화하고 있는데다 전통적 강호인 에릭슨과 노키아가 크게 흔들리고 있어 국내업체들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동통신산업 육성이 주목받는 또하나의 이유는 이의 파급효과 때문이다. 엄청난 장치산업인 반도체와 달리 이동통신산업은 기술력에 의존하면서도 대기업,중견기업,IT벤처기업,소재·부품기업, 소프트웨어기업 등이 어우러지는 그야말로 종합산업이다. 최근의 기술추세는 이에 콘텐츠와 무선데이터통신기술까지 가세한다.

　거대자본(대기업)이 투자될 수밖에 없는 반도체산업이 국가적으로 리스크 부담이 큰 산업이라고 정의한다면 이동통신산업은 리스크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특히 IMF에서 지적했듯이 국가경제의 대기업 쏠림현상도 거의 없다. 고용창출면에서는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반도체와 달리 무궁무진한 게 이동통신산업이다.

　아울러 계속적인 기술진보 속에서 2G->3G->4G로 이어지는 기술 및 시장흐름을 갖고 있는 게 이동통신산업의 또다른 장점이기도 하다.

　선진국과 개도국을 중심으로 첨단기술(3G,4G)과 중급기술(2G)이 어우러지고 있는 게 전세계 이동통신시장의 특징이며 이 과정에서 우리의 기술력은 세계최고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CDMA와 GSM으로 양분된 세계 이동통신시장의 최근 흐름은 세계최대 인구를 가진 중국이 CDMA를 채택하는 등 우리나라에 크게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국가경제를 위해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보유한 CDMA기술을 기반으로 2005년까지 350억달러 수출을 구현, 세계 최강의 이동통신산업국으로 반드시 도약해야 한다”고 말한다.

　G◑<조시룡기자 sr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