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타이드, 웹에이전시 포기

 삼성그룹의 인터넷 지주회사 e삼성이 설립돼 관심을 끈 국내 간판 웹에이전시 오픈타이드가 컨설팅으로 사업 방향을 선회했다. 오픈타이드는 지난 4일 컨설팅사업 영역을 강화하고 오픈타이드와 삼성SDS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시장을 집중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대고객 서비스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수익 극대화를 통해 제2 도약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업계는 오픈타이드가 이같이 사업 방향을 선회한 데는 삼성 구조조정본부와 삼성SDS의 입장이 강하게 개입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픈타이드의 ‘제2창업’ 선언=오픈타이드는 최근 인터넷·e비즈니스와 관련한 컨설팅 수요가 많다고 판단해 웹에이전시에서 컨설팅기업으로 방향을 수정키로 했다. 이에 따라 오픈타이드는 스트래터지(전략)·크리에이티브(디자인)·테크놀로지(기술) 등 세 분야로 사업을 재조정했다. 또 e마케팅·e커머스·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등 각 비즈니스 영역별로 전문인력을 배치해 가상 매트릭스 방식으로 회사를 운영할 계획이다. 특히 e비즈 경영 진단, 프로세스 혁신 기업 컨설팅과 e인프라·온라인고객관계관리(eCRM)·기업포털(EIP) 구축을 위한 IT 컨설팅·e브랜딩·e마케팅 등 마케팅·컨설팅 영역의 비중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삼성SDS와는 상호공조 체제를 더욱 강화해 오픈타이드는 e비즈니스 전반에 걸친 컨설팅과 디자인 아키텍처를, 삼성SDS는 솔루션·시스템 구성과 지역업무를 수행하는 쪽으로 역할을 정리했다. 이밖에 두 회사는 공동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국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김기종 전임 사장의 후임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 컨설팅 분야 전문가를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 선회 배경은=그러나 업계에서는 오픈타이드의 이 같은 방침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e삼성을 측면 지원하던 삼성구조조정본부와 오픈타이드의 지분을 최근 인수한 삼성SDS의 입장이 많이 반영됐다는 것이다. 사실 오픈타이드는 e삼성의 지분을 SDS에 넘기면서 공중분해 위기에 처해 있었다. 삼성SDS에 편입되거나 해체하는 방식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오픈타이드 내부에서 이 같은 입장에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구조조정본부는 오픈타이드를 희생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새롭게 회사의 위상을 재정립했다는 의견이다.

오픈타이드가 컨설팅 분야로 방향을 잡은 것도 웹에이전시의 3대 축인 솔루션·크리에이티브·컨설팅 가운데 이미 솔루션과 시스템통합(SI)은 삼성SDS가, 크리에이티브는 제일기획이 브랜드 인지도를 확고하게 잡은 상황 때문이었다는 분석이다. 컨설팅 회사로 새롭게 출발하는 오픈타이드에는 우선 구조조정본부와 SDS가 프로젝트를 주면서 회사의 인지도를 높여가는 쪽으로 합의했다는 후문이다.

 ◇파급 효과와 전망=e삼성이 설립해 화제가 된 오픈타이드가 컨설팅 회사로 거듭나면서 국내 웹에이전시 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대기업이 투자한 국내 간판 웹에이전시로서 상징적인 의미를 갖고 있고 척박한 웹에이전시 시장을 개척하는 데 크게 기여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오픈타이드가 웹에이전시에 진출하면서 웹에이전시 분야에 대한 인지도가 크게 올라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오픈타이드가 지향한 시장과 기존 웹에이전시가 바라보는 시장이 달랐다는 면에서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히려 명확한 사업 계획 없이 우후죽순처럼 진출하는 다른 업체에 경종을 울려 국내 웹에이전시 시장이 전문업체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과연 컨설팅 회사로 새롭게 출발하는 오픈타이드의 이번 발표가 전체 웹에이전시 업계에 악재가 될지 호재가 될지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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