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IMT2000시대를 기다리며

 남편이 퇴근길에 어물전에 들러 핸드폰의 카메라를 이용해 생선들을 집으로 전송한다. 집에 있던 아내는 종류와 선도를 구분해 사고 싶은 생선을 고른다. 그게 뭐냐고 묻는 생선가게 아주머니의 질문에 남자는 디지털 휴대폰이라고 대답하고 아주머니는 “돼지털?” 하고 되묻는다. 최근 TV에 자주 방영되는 모 회사의 이동전화 광고다.

 이 광고는 차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의 일면을 보여준다. IMT2000으로 불리는 차세대 이동전화서비스는 기존 휴대폰서비스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대량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보낼 수 있기 때문에 동영상을 단말기 모니터에서 구현할 수 있다. 일반인들이 가장 매력적으로 받아들 일 수 있는 것은 역시 영상통화다. 보고 싶은 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통화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구입을 미루지 않을 것이다.

 이 IMT2000 서비스는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준비하고 있다. 특히 일본과 유럽에서는 첫 상용화서비스, 세계 표준 획득이라는 명예를 차지하기 위해 자존심 경쟁마저 벌이고 있다. 우리는 지난 3월 사업자를 선정해 놨으며 계획대로라면 2002년 5월에 서비스의 실체를 일반인들이 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최근 이 IMT2000 서비스 일정에 문제가 생겼다. 가장 앞서가고 있는 일본에서 상용서비스연기 발표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 J폰이 연말 서비스 계획을 6개월 연기해 2002년 6월로 미룬다고 발표했다. J폰의 서비스 연기는 그다지 큰 파장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러나 NTT도코모의 서비스 연기 발표가 터져 나오자 상황이 달라졌다. 세계 최초로 IMT2000 상용서비스에 나설 것으로 기대되던 이 회사의 서비스 연기는 미국과 유럽 등 각국에서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본 2위 이동통신업체이면서 ‘i모드’로 세계 통신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NTT도코모가 서비스를 연기해야 할 만한 문제가 발생했다면 세계 각국이 추진하고 있는 동일한 서비스가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이야기가 된다. 이는 IMT2000에 기대를 걸고 있던 단말기·장비산업들은 물론 콘텐츠 제작업체들을 답답하게 할 수밖에 없다. 거품이 걷히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IT산업을 회생시킬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으로 예상되던 IMT2000 서비스의 연기는 그 기간만큼 관련 산업계에 고통을 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국제 경제에도 악재로 작용할 것이다.

 현재 NTT도코모의 IMT2000 연기 발표는 당시에는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여지던 J폰의 서비스 연기 발표, 유럽의 IMT2000 연기 불가피설과 맞물려 갈수록 파장이 증폭되고 있다.

 3세대 이동전화서비스의 연기 가능성은 이미 유럽에서 간간이 흘러나왔다. 기술적인 문제와 함께 엄청난 설비투자비를 필요로 하는 이 서비스가 과연 국가 경제나 산업적으로 이득을 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에서였다. 실제 서비스 연기 발표도 나왔다. 스페인은 25일 유럽에서 가장 빠른 올 8월부터 시작하려던 3세대 이동전화서비스를 내년 6월로 10개월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최근 들어 유럽에서는 기존 시설을 활용하면서도 인터넷 등 온라인에 접속할 수 있는 2.5세대 서비스가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NTT도코모의 IMT2000 연기 이유는 국내 서비스업체들에게 같은 문제로 다가올 수 있다. 국내 업체들의 서비스 시기가 내년 5월이라고는 하지만 문제의 사안에 따라서는 국내 업체들의 서비스 일정에도 차질을 줄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우리의 IMT2000 서비스 시점이 1년 이상 남아 있다는 점이다. 일본 NTT도코모나 J폰, 스페인의 서비스 연기는 서비스를 준비 중인 국내 사업자들에게 방향타가 될 수 있다. 여유를 갖고 이들의 연기 요인들을 분석해 기술적인 문제 등 불안 요인들을 제거한 뒤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꿈의 통신시대를 열어갈 것을 업체들에게 기대한다.  

 <국제부·박주용 부장 jy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