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고 우리기술>(4)가상현실 정신치료

 국내 의료분야 기술 중에 세계 제일의 수준에 있는 기술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중에 하나가 정신치료를 위한 가상현실 기술이다. 이는 의학과 공학의 접점인 의공학이 국내에 들어온 지 20년도 채 안된 상태에서 이루어 낸 성과라 가히 엄청난 발전이 아닐 수 없다.

 정신치료를 위한 가상현실 기술이란 다양한 정신질환을 치료하기 위해서 머리부착디스플레이 등을 사용하여 가상의 환경을 구축하고, 그 가상공간을 환자가 체험하게 함으로써 환자 스스로 정신질환을 극복하게 하는 기술을 말한다. 이러한 가상현실을 이용한 정신치료 기술은 타임지(2001년 4월 2일자)에서 표지기사로 다룰 만큼 세계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정신질환자 수는 전 인구의 2.7%에 해당되는 약 119만명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실제 수보다 매우 축소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울증과 같은 다소 가벼운 심리적 문제를 가진 사람의 수를 포함하면, 4명중 1명이 일상생활에서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8년부터 시작된 국내에서의 정신치료를 위한 가상현실 기술에 대한 연구는 현재 인제대 백병원, 국립재활원, 중앙대 등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2000년부터는 국가지정연구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정부의 지원 하에 급속한 발전을 이룬 국내의 가상현실 기술은 미국,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에서 사용되면서 국제적으로 최고의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정신치료를 위한 가상현실 기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진다. 첫째는 가상환경 구성 기술이다. 이는 컴퓨터 그래픽 및 하드웨어를 이용하여 가상의 공간을 구성하는 첨단기술로서 서울대, KIST, KAIST, 한양대 등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이중 컴퓨터 그래픽 영상의 질은 기존의 여러 나라에서 개발된 정신치료 가상환경의 영상과 비교해 볼 때 최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둘째로는 가상환경에 대한 몰입요소 분석기술이다. 이는 환자가 가상환경을 접했을 때 마치 그 환경이 실제처럼 느끼게 하는 정신치료 분야에서 필수적인 기술이다. 세계적인 연구소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몰입요소 분석에 대한 연구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환자의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몰입요소 분석연구는 일반인의 몰입요소 분석과는 상당히 다르다. 국내의 경우 병원과 대학의 밀접한 공동연구를 통해 이 기술을 획득하였고 이는 정신치료를 위한 가상현실 기술이 세계 최고가 되는데 일조를 했다.

 가상현실을 이용한 정신치료기술의 장점으로는 다음과 같다. 실제 치료에 있어 너무나 무서워서 실제 상황에 직면할 수 없는 환자들에게 적절한 환경을 제시해 줄 수 있으며 대중 앞에서 경험해야만 하는 어려움을 피할 수 있고 비밀이 보장될 수 있다. 또한 치료자의 진료실내에서 치료가 가능하기 때문에 훨씬 안전하며 경제적이라는 이점을 가진다.

 이러한 장점을 바탕으로 한 가상현실 정신치료기술은 컴퓨터 과학 특히 가상현실 기술 분야와 심리학 분야, 의료 분야에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의학분야 외에도 공학분야, 산업분야에까지 파급효과는 매우 크다. 과학과 산업이 발전하고 사회가 복잡해짐에 따라 공포증, 강박증, 아동들의 집중력 장애 및 자폐증 등 정신질환 자체도 다양해지고 있고, 정신질환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실에서 첨단기술을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의 개발은 필수적이다.

 따라서 이미 세계 제일의 수준에 도달에 있는 국내의 가상현실 정신치료 분야에 정부의 지속적인 투자와 국민들의 관심이 더욱 더 필요하다. 이는 현대 정신질환 치료에 획기적인 전환점을 마련할 것이며 나아가 세계적인 의학기술의 발전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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