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투스 특집 외신

 

 3월 말의 하노버 세빗.

 가까운 미래의 상품을 찾는 참관객들로 북적이는 세계 주요 IT업체들의 부스는 너나 없이 블루투스 응용 제품 일색이다. 휴렛패커드(HP)의 블루투스 프린터, 노키아와 소니의 블루투스 휴대폰, 도시바의 블루투스 소형 메모리카드, 필립스의 블루투스 스피커, 에릭슨의 블루투스 소형 무선기 등등.

 행사 주최 측이 개인정보단말기(PDA) 등 휴대 정보기기를 가진 방문객들을 위해 블루투스를 탑재한 100개의 트랜스미터(송신기)로 행사장을 무선 네트워크화하는 대규모의 블루투스 데모 이벤트를 추진했으나 실패했다. 관계자는 “초기에 문제가 없다면 큰 기술이 될 수도 없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는다.

 전자·정보통신 산업의 방향타가 되는 세계 최대 IT전시회 하노버 세빗은 근거리무선통신의 표준으로 유력시되는 블루투스가 안고 있는 상반된 두가지 상황 ‘가능성과 과제’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블루투스는 이 무선통신기술을 처음으로 제안한 스웨덴 에릭슨을 중심으로 98년 미국 인텔과 IBM, 일본 도시바, 핀란드 노키아 등 5개사가 컨소시엄을 형성하고 규격의 공동개발에 본격 나서면서 실체가 드러나기 시작, 그 뒤로 루슨트테크놀로지·모토로라·스리콤·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대형 IT업체가 가세하며 보급에 더욱 탄력이 붙었다.

 이후 반도체 및 전자부품 업체, PC 업체, 가전 업체, 통신기기 업체 등은 물론 심지어 자동차 관련 업체에 이르기까지 통신과 조금이라도 관련된 업체들은 모두 관심을 보여 지금까지 ‘채택’이나 ‘지지’를 표명한 업체가 2000개사가 훨씬 넘어서 세계 표준 근거리통신 규격으로서의 가능성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다. 그 사이 기술 규격도 변화돼 ‘버전 1.0b’에서 한단계 발전한 ‘버전 1.0b+CE(Critical Errata)’를 거쳐 최근에는 ‘버전 1.1’ 등으로 업그레이 절차를 밝아 나가고 있다.

 블루투스의 상품화는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에릭슨·인텔·TDK·루슨트테크놀로지 등이 모든 기기의 기본이 되는 블루투스 칩·모듈 등 부품을 내놓으면서 하반기 이후부터는 일본을 중심으로 PC 업체들이 블루투스 탑재 노트북 컴퓨터 컴퓨터PC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3월 말 현재로는 블루투스 응용 기기의 상품화가 본격화한 분야는 노트북 컴퓨터뿐으로 다소 저조한 상태지만 올 들어 PDA와 휴대폰을 비롯 MP3플레이어 등 휴대형 기기를 중심으로 블루투스 채택 기기의 상품화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PDA에서는 최대 업체인 팜컴퓨팅을 비롯 경쟁사인 핸드스프링 등이 이미 채택을 표명했고 일본 최대 PC 업체인 NEC와 도시바 등도 최근 블루투스를 탑재한 기종을 하반기중 내놓고 이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해 가을 이 시장에 진출한 소니도 블루투스 기종을 준비 중이고 카시오계산기, 샤프 등도 가세할 움직임이다.

 블루투스 보급의 최대 관건으로 지목되고 있는 휴대폰에서는 특히 일본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종합 통신 사업자 KDDI는 오는 6월 도시바와 소니에서 제조한 블루투스 휴대폰의 판매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라고 발표, ‘블루투스 휴대폰 시대의 개막’을 예고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인 NTT도코모와 3위 J폰도 블루투스 휴대폰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에서는 하반기 휴대폰을 중심으로 블루투스 도입 바람이 일기 시작, 그 열기가 다른 휴대형 기기에도 급속히 번져가 올해가 ‘블루투스 보급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블루투스 응용 기기의 보급과 관련, 시장 조사업체인 미국 가트너 그룹은 지난해 가을 ‘블루투스 시장의 3단계 발전 전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첫 단계로 2001년까지 노트북 컴퓨터, 고성능 휴대폰 등으로 △두번째 단계로는 2003년까지 보급형 휴대폰, PDA, 무선전화기, 차량용 정보기기, 가정용 네트워킹 기기 등으로 △마지막으로는 2005년까지 모든 휴대형 기기로 블루투스 보급이 확산돼 갈 것으로 예측했다.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실제 보급도 가트너의 이 같은 예측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돼 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블루투스 응용 제품이 상품화하더라도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넘어야 할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도 기기의 브랜드나 종류에 관계없이 근거리에서는 데이터를 무선을 주고받을 수 있는 호환성의 보장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된다.

 현재 호환성이 문제가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버전 1.0b와 버전 1.0b+CE 및 버전 1.1의 3개 규격이 통일 코드를 채택하지 않아 완변한 호환체계를 실현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결과, 예를 들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순차로 NEC와 도시바, 후지쯔, 소니 등이 내놓은 블루투스 노트북 컴퓨터는 서로 호환이 되지 않는 문제를 안고 있다. 하반기에 나온 도시바와 NEC 제품은 블루투스용 PCMCIA 카드나 액세스 포인트에 버전 1.0b를 채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후지쯔와 소니가 올초 출하한 노트북 컴퓨터는 블루투스 모듈에 버전 1.0b+CE를 이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지 못한다.

 동일한 종류의 기기간에도 호환 수준이 이 정도인데, 노트북 컴퓨터와 휴대폰, 휴대폰과 PDA, PC와 프린터 또는 디지털카메라 등 처럼 이종 기기간으로 확대해 보면 호환은 더욱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다른 기기와 데이터를 마음대로 주고받을 수 없으면 블루투스는 아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가 최근 자사의 차기 OS인 ‘윈도XP’에서 당분간 블루투스을 지원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도 호환성 문제를 비롯해 블루투스 기술이 아직은 완벽한 단계에 이르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된다.

 이 호환성 문제는 소프트웨어를 약간 변경하는 방법으로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시중에 나와있는 제품을 일일이 회수해 처리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이 적지 않게 들 것으로 보인다.

 호환성과 함께 가격도 현재로는 보급의 걸림돌로 지목되고 있다. 아직은 보급 초기 단계로 양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에 모듈이나 칩 등 기본 부품의 가격이 20달러 이상으로 고가여서 완제품의 가격 상승 요인이 된다.

 이 문제는 응용 제품의 보급이 확대되고 양산이 뒤따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간에 저가화를 기대하기 힘든 게 또한 사실이다.

 이 처럼 가격과 기술의 불안정 등 문제를 안고 있지만 블루투스에 대한 산업계의 태도는 매우 호의적이다. 최근의 하노버 세빗을 포함해 연초의 동계CES, 지난해 가을의 컴덱스 등 대표적인 IT전시회는 모두 블루투스를 최대 이슈로 삼으며 가능성과 상품성을 극도로 높여 놓았다. 시장 조사업체들도 보급 속도가 초기에는 더디지만 2, 3년 후부터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일 것라는 일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블루투스가 지난해 연말 이후 위축되고 있는 IT산업계에 활력을 불어넣을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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