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시장을 뚫어라.’
반도체 제조장비·주문형반도체(ASIC)업계가 거대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적인 경기불황으로 세계 각국의 제조업체들의 설비투자 축소 움직임을 보이자 장비 및 ASI 업체들이 불황극복의 돌파구 마련 또는 수출대상국 다변화 차원에서 중국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제조설비 투자부문에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다른 나라와는 달리 중국은 플러스 성장이 예상되는데다 한국·일본·대만의 제조업체들이 생산비 절감을 위해 생산기지를 중국으로 옮기고 있는 데 기인한 것이다.
◇어떤 방법을 구사하나=중국시장 진출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것은 중국에서 열리는 대규모 전시회에 직접 참가해 현지 딜러 또는 수요처를 발굴하는 방법이다.
또다른 직접공략 방법으로는 중국의 우수인력을 채용해 이들은 국내에서 교육한 후 중국에 다시 파견해 시장을 개척하는 방법도 구사되고 있다.
간접적인 시장공략 방법으로는 대만의 딜러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대만과 중국을 포함한 동남아시아 국가로 영역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밖에도 생산비용 절감을 위해 중국으로 생산기지를 옮길 채비에 나서고 있는 한국·일본·대만 등의 제조업체를 공략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전략이 구사되고 있다.
◇어떤 업체가 있나=반도체 리드프레임 생산업체인 풍산마이크로텍(대표 위명진)은 최근 중국 제이본테크놀로지와 2002년까지 판매대행 계약을 체결했다. 이 회사는 반도체 조립 분야에서 10년 이상의 경험이 있고 중국 광둥과 상하이 지역에 거점을 가지고 있는 제이본테크놀로지를 통해 중국시장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케이씨텍(대표 고석태)은 지난달 28, 29일 열렸던 세미콘차이나 전시회에 가스캐비닛과 스크러버를 출품, 현지 딜러 및 제조업체 40여곳과 상담을 벌였다. 이 회사는 베이징과 상하이 지역에서 약 20개의 FAB 공사가 진행중인데다 상담협상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11건의 크고 작은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한양이엔지(대표 김형육)도 초고순도 유틸리티 라인시스템, 화학약품 중앙공급장치 등으로 세미콘차이나에 참여, 전시회 기간에 30여개 업체와 상담을 진행했으며 이 중 3개 업체와 2차 상담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는 중국 쑤저우 지역에서만 매년 1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이번 기회를 계기로 베이징과 상하이 지역으로 사업권역을 확대할 방침이다.
레이저가공장비 전문업체인 이오테크닉스(대표 성규동)는 지난달 국내기업 중 유일하게 중국인력채용박람회에 참가, 이달중 칭화대학 출신의 3∼5명의 인력을 채용, 기반교육과정을 거쳐 중국진출시 활용키로 했다.
ASIC 전문업체인 에이디칩스(대표 권기홍)는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에 영업사무소를 설립한 데 이어 지난달에 현지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인 하웨이테크놀로지와 제휴,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확장명령어구조(EISC) 마이크로프로세서(MCU)의 기술을 제공해 화웨이로부터 로열티를 받고 양산기술을 제공하기로 했다.
칩마운터 전문업체인 삼성테크윈(대표 이중구)은 중국 딜러와 칩마운터 100대, 칩마운터 제조기술 등을 한데 묶어 수출하는 방법을 상담중이며 일본과 대만 제조업체들의 공장 중국이전과 관련해 입수한 정보를 토대로 이전업체들과 제품공급계약을 추진중이다.
◇문제점은 없나=거대시장으로 인식되는 중국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국내 여러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나설 경우 지나친 초기시장 선점욕심으로 인해 고급기술을 손쉽게 이전, 자칫 호랑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시장진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제조장비는 물론 관련기술까지도 함께 수출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이같은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런 우려에 대해 에이디칩스의 권기홍 사장은 “세계 각국의 업체들이 기술제공을 전제로 중국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기술유출이 두려워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라며 “하지만 기술을 제공하되 관련기술의 세계 특허출원, 현지법인을 통한 통제 등 여러가지 보호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비업체의 한 관계자는 “제품과 제조기술을 묶어 수출하는 경우 차세대 기술이 아닌 이미 구형이 된 저급기술을 제공한다는 것이 회사의 기본방침이며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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