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에 리마킹된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가 등장해 PC업계에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인텔 펜티엄Ⅲ 866㎒ CPU가 정품과 똑같은 박스형태로 대량 유통되고 있다.
그동안 리마킹 제품은 대량으로 포장된 벌크(일명 트레이) 제품에서 일부 있었으나 이번에 발견된 제품은 정품과 똑같은 박스에 포장된 것으로 포장박스 표면의 홀로그램까지 똑같아 전문가조차도 구분해내지 못할 정도로 정교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CPU리마킹은 과거에도 종종 있었지만 박스형태의 제품에서 리마킹 제품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텔이 리마킹을 방지하기 위해 ‘스제품=정품’이라는 식의 마케팅 전략을 펼쳤던 것을 감안하면 일반 소비자는 물론 PC제조업체에도 충격을 던져줄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그동안 리마킹 방지를 위해 내부의 버스규격( FSB:Front Side Bus)과 배율(ratio)을 100㎒×7배 또는 133㎒×6배 식으로 고정시켜 출하하고 있으나 이번에 등장한 리마킹 제품은 이 버스규격과 배율을 하드웨어적으로 개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100㎒ FSB규격에 6.5배로 세팅돼 있는 펜티엄Ⅲ 650㎒ E 모델을 133㎒ FSB에 6.5배로 인식해 부팅시 866㎒로 작동하도록 CPU 내부 설계를 변형한 것이다.
실제로 866㎒로 리마킹된 제품을 벤치마크 전문업체인 케이벤치에서 인텔의 주파수확인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테스트해본 결과 650㎒ 제품을 FSB 133㎒로 오버클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650㎒E제품은 단종된 상태이나 866㎒ 기종과는 가격면에서 약 10만원 가량 차이난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866㎒ 리마킹 CPU는 육안으로는 구분하기 쉽지 않으나 규격을 표시한 글자옆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겹쳐 쓰여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리마킹된 제품의 정교함을 고려해 볼 때 대량으로 리마킹 됐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더욱이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동급 제품 가운데 벌크 제품에 비해 박스제품이 더 싼 것은 리마킹 제품이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편 이번에 발견된 제품은 국내의 한 유통업체가 인텔의 공식적인 루트를 통하지 않고 해외의 거래선으로부터 직접 수입해 유통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리마킹이란>
리마킹(remarking)이란 낮은 등급의 부품을 레이저 등의 위조 수단을 이용해 부품표면에 표기된 제품 정보를 지우고 높은 등급의 제품인 것처럼 허위로 다시 기재하는 방법이다. 그동안 CPU와 그래픽카드 칩세트 등에서 리마킹이 있었지만 리마킹으로 인해 얻는 수입이 크지 않아 한동안 잠잠했다. 이번 리마킹 CPU는 표면에 기재된 정보를 고친 것은 물론 박스와 홀로그램까지 인쇄상태가 똑같아 전문가 집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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