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으로 되돌아간 강현두 사장(64).
오래도록 그를 알고 있는 지인들은 환갑을 넘긴 그가 요즘 20대 청년처럼 활기에 넘쳐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이런 느낌을 갖는다고 말한다.
그를 다시 청년으로 돌아가게 만든 것은 다름아닌 21세기 방송산업에 엄청난 혁명을 몰고 올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의 초대 사장이란 자리를 맡게 됐기 때문이다.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간다는 것은 실패에 대한 불안만큼 성공을 향한 뜨거운 질주가 있어서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요. 제 인생은 의도했던 것은 아니지만 항상 그런 질주 속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는 KBS 개국요원으로 61년 방송 PD가 됐던 때도 그렇고,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기 위해 미국에서 유학했을 때나 미국에서 PD 생활을 하던 때, 그리고 대학에서 신문방송학과를 만들어가던 때도 모두 개척자의 입장으로 열정을 불태웠다고 한다.
이런 새로운 것에 대한 그의 도전정신은 아직 세계적으로 성공이 보장되지 않은 위성방송의 총사령탑을 선뜻 맡을 수 있도록 한 원동력이 됐다.
30여년 넘게 대학에서 방송학을 강의해온 강 사장이 정년퇴임을 불과 1년 반 남겨 놓고 강단을 떠나겠다고 했을 때 주변의 많은 사람들은 말렸다고 한다.
학자로서의 강직함과 고고함을 간직하던 그가 가장 상업적이고 세속적일 수밖에 없는 위성방송의 사장이 되겠다고 했으니 당연한 일이다.
“나에게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의 대표를 맡아 달라는 제의가 왔을 때,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하던 61년의 일이 생각났습니다. TV를 도깨비상자처럼 생각하던 당시 TV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이 근본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걸 알았던 나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도전이란 면에서 대단히 흥분했습니다.”
강 사장은 40여년 전 KBS PD로 처음 사회에 발을 들여놨을 당시 느꼈던 감동과 흥분을 지금 위성방송을 시작하면서 똑같이 느끼고 있다고 했다.
“개인적으로는 20세기가 TV에 대한 도전의 시기였다면, 21세기는 위성방송에 대한 도전의 시기라 생각했습니다. 위성방송사업은 국책사업과 다름없고, 위성방송사업의 성공이 21세기 우리나라의 위상을 결정지을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강 사장은 학자가 무슨 사업가가 될 수 있겠느냐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변호사가 훌륭한 로펌을 이끌어갈 수 있듯 방송학자로서 수십년간 쌓아온 경험이 위성방송사업을 조기에 정착시키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한다.
“대표이사직을 맡으면서 주주사나 직원들에게 위성방송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맞는 새로운 경영을 펼쳐가겠다고 말했습니다. 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조직 운영이야말로 디지털시대의 경영 원칙이 아닐까요.”
강 사장은 위성방송사업에 인생의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고 말한다. 때문에 위성방송사업이 이른 시간 내 수익을 내도록 성공시키는 것이 그의 가장 큰 바람이자 목표다.
이를 위해 그는 방송의 이론과 현장에서 40여년 동안 쌓아온 모든 것을 위성방송사업에 쏟아붓겠다고 다짐한다.
그는 위성방송사업을 이끄는 경영이념으로 ‘클린’과 ‘슬림’을 두 개의 축으로 정했다. 그는 투명함이 곧 조직의 힘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가 전 직원을 모아 놓고 가장 먼저 한 일이 바로 윤리헌장을 만들어 선포한 것이다.
이를 통해 그는 새로운 방송 역사를 개척할 위성방송이 정직하고 원칙 중심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놨다.
그리고 다른 하나의 경영이념이 슬림이다. 자본금 3000억원의 대형 회사 직원의 수가 135명에 불과하다는 것은 일반인으로서는 잘 이해되지 않는 일이다. 그는 조직이 비대할 수록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소수정예의 전문가들이 기획과 관리만 맡고 나머지 부분은 과감히 아웃소싱하겠다는 생각이다. 이를 통해 관련된 업체와 산업이 골고루 발전하게 될 것이며 이것이 바로 국민기업의 참모습이라는 것이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정신없이 돌아가는 하루 일과 속에서도 그는 틈만 나면 책을 들고 부족한 경영지식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다. 요즘 가장 관심을 갖고 보는 책은 스티븐 코비의 ‘원칙 중심의 리더십’. 무언가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CEO’가 됐음을 실감한다는 그는 CEO의 결정이 잘못됐을 때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기 때문에 정확히 파악하고 결정하기 위한 참된 리더십이야말로 CEO에게 가장 중요하고 필요한 덕목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디지털위성방송은 이제 막 태어난 아기와 다름없습니다. 뒤집기도 하고, 앉기도 하고, 그러다가 벽을 잡고 서서 걷다가 달리기도 할 텐데 처음부터 뛰어보라고 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강 사장은 주변의 충고를 주의깊게 듣고 열심히 노력해갈 것이니 어린아이를 지켜보듯 따스한 시선으로 앞으로의 행보를 지켜봐 달라고 부탁했다.
<김병억기자 bekim@etnews.co.kr>
<이력>
△61년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65년 미국 보스턴대 언론학 석사 △79년 미국 사우스일리노이대 언론학 박사 △61∼63년 KBS TV PD △63∼66년 미국 WGBH TV PD △67∼68년 서울대 신문연구소 강사 △68∼70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70∼86년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83∼86년 서강대 부설 언론문화연구소장 △85∼86년 한국언론학회 회장 △86∼93년 유네스코 한국위원 △86∼2001년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88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90∼91년 한국방송학회 회장 △91년 서울대 신문연구소장 △96년 KBS 이사 △98년∼현재 제2건국 범국민추진위원회 위원, 한국주고나성연구학회 회장 △2001년∼현재 한국디지털위성방송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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