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펀드란 네티즌을 대상으로 영화나 공연과 관련한 제작비를 투자 받고 흥행 성적에 따라 수익을 나눠 주는 기금을 말한다. 전형적인 프로젝트 파이낸싱 방식의 이 펀드는 인터넷을 통해 흥행 가능성이 점쳐지는 영화나 공연·음반에 투자할 수 있어 마니아는 물론 일반인의 참여도가 높다. 제작사 입장에서도 작품만 좋다면 제작 자금을 손쉽게 모을 수 있어 인기다. 더욱이 펀드에 참여한 네티즌의 사전 평가를 기반으로 성공 가능성을 미리 짐작할 수 있어 사이버 공간에서 마케팅 효과도 무척 크다는 평가다. 지난 99년 엔터테인먼트 전문 인터넷업체인 인츠닷컴이 처음으로 시도한 이후 심마니를 비롯한 주요 인터넷업체가 참여할 정도로 유망한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로도 한 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영화나 음반·공연에 필요한 제작 비용을 제작자의 호주머니나 은행 대출을 통해 조달하던 일은 이제 흘러간 추억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인터넷이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잡으면서 네티즌을 통해 직접 자금을 공모하는 네티즌 펀드가 영화나 음반·공연의 제작비나 운영비를 마련하는 새로운 자금 조달 채널로 인기를 얻고 있기 때문. 영화는 네티즌펀드 결성이 가장 활발한 분야다. 실제는 영화는 네티즌 투자 자금 공모를 통해 제작사가 쉽게 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이자 소비자인 네티즌들의 입소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네티즌펀드는 공모를 시작한 지 1분안에 마감되는 게 보통이다. 최근 심마니 엔터펀드가 실시한 영화 ‘친구’의 네티즌펀드(1억원) 공모는 60초만에 마감됐다. 또 ‘인디안 썸머’(구스닥)는 1차(6000만원)가 3분, 2차(6000만원)가 41초만에 종료됐다. 영화뿐 아니라 각종 문화 공연도 이같은 현상은 마찬가지다. 지난 2월 문화거래소 지팬에서 이뤄진 악극 ‘아빠의 청춘’ 2차 펀드(3000만원) 공모는 30초만에 동났다. 조관우 6집 앨범 ‘연’(5000만원)이나 김진표 앨범 공모(5000만원)도 몇 분만에 마감됐다.
1인당 평균 투자금액이 커져 지난해 까지만 해도 1만∼5만원짜리 소액 투자가 주종을 이뤘지만 올들어선 10만∼50만원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1000만원 이상 투자하는 ‘큰손’도 간혹 있다는 후문이다. 투자 참여 연령층도 다양해지는 추세다. 초기에 재미와 아이디어로 시작됐던 네티즌펀드가 이제 실질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부상한 것이다.
네티즌펀드는 이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공모한다. 현재 운영 중인 펀드 공모 사이트는 어림잡아도 10여개에 달한다. 공모에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공모기간 중 사이트에 접속해 청약하면 된다. 선착순으로 마감되며 입금 마감 시한까지 청약금을 입금하면 주식을 할당 받게 된다.
인츠닷컴(http://www.intz.com)은 99년 반칙왕으로 40여일만에 1억원을 모금했고 430여명의 투자자에게 무려 97%에 달하는 수익금을 배분한 네티즌펀드의 터줏대감격인 업체다. 이 회사는 이어 ‘동감’ ‘킬리만자로’ ‘단적비연수’ 등의 공모를 잇따라 실시해 인터넷 영화 투자 붐을 조성했다. 심마니(http://www.simmani.com)에서 운영하는 엔터펀드(http://enter.simmani.com)도 네티즌펀드로 톡톡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이밖에 인터파크 구스닥(http://www.goodsdaq.com) 등이 네티즌펀드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업체다. 네티즌펀드의 인기는 수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제작사도 큰 기대를 걸고 있지만 네티즌 역시 재테크의 수단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돼 있기 때
문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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