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IT업체 수익성 분석

한국IBM·한국HP·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외국계 정보기술(IT)업체들의 수익성이 높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들 업체가 그간 매출 기록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고 특히 수익규모에 대해서는 외부에 알려지는 것에 대해 극도의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SW업체들이 가장 짭짤=한국IBM(대표 신재철)은 지난해 사상 최대규모인 1273억원의 경상이익을 냈다. 이는 전체 매출 7316억원의 17.4%를 차지하는 것으로 지난해보다 279억원이 늘어난 수치다. 더구나 경상이익의 대부분이 영업이익(1251억원)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견실한 성장이 예상된다.

매출의 경우도 전년보다 19.5%(1193억원) 늘어났으며, 이는 계열사인 LGIBM의 매출(4300억)을 합하면 1조원대를 훌쩍 넘어서는 규모다.

한국HP(대표 최준근)는 1조5190억원의 매출에 흑자규모도 634억원에 달한다. 지난 99년 11월 계측기 부문을 한국애질런트테크놀러지스(판매·서비스)와 애질런트테크놀러지스(제조)로 분사시켰으면서도 매출이 이처럼 높게 나타나는 것은 다른 회사와는 달리 5104억원에 달하는 국제구매본부(IPO)의 매출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영업이익과 경상이익이 전년의 1935억원, 1773억원에서 지난해 634억원, 735억원으로 대폭 감소했다는 점에서 한국IBM과는 다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대표 고현진)는 전체 매출의 절반 가량에 해당하는 금액이 경상이익으로 나타나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회계연도(2000년)의 이 회사 매출은 모두 1482억원. 이 중 40.2%인 596억원이 경상이익이다. 이는 IMF로 국내 경기가 급하강했던 98회계연도 당시 5억원 가량의 흑자를 내던 것에 비하면 엄청난 수치다.

SAP코리아(대표 최승억) 역시 지난해 542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흑자규모는 무려 344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63.5%가 이익이라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물론 영업이익 규모의 경우도 345억원 규모에 이르고 있고 자산규모도 424억원에 달한다.

한국오라클(대표 윤문석)은 지난 2000회계연도에 모두 1343억원의 매상고를 수지면에서는 138억원의 흑자를 냈다.

◇고수익 행진 얼마나 지속될까=외국계 IT기업들의 엄청난 수익규모는 놀라운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이 IMF 직격탄을 맞은 98년에도 다소의 매출감소에 그쳤을 뿐 수익을 냈다는 점에 주목된다.

올해 역시 이들 IT기업의 매출과 수익의 상승세는 다소 감소하겠지만 상승기조 자체는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W기업의 경우 수익성이 높다는 점은 음미할 만하다. SAP코리아와 마이크로소프트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무려 매출의 절반 가량이 남는 장사다. 갈수록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는 HW업체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실적구조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이들 업체는 올해 경기부진에도 불구하고 IT 투자붐에 편승, 매출과 수익은 지속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수치는 아직도 모른다=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금감원에 보고한 2000회계연도 제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에서는 387억원의 매출을 보고했다. 하지만 채널들이 직접 본사와 신용장(L/C)을 개설해 장비를 판매한 매출을 합산할 경우 60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수익 또한 매출의 20% 이상을 거둔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외국계 기업들의 정확한 회계보고서는 매출산출 방식 및 회계연도의 기준이 다르다는 점에서 일률적인 비교가 어렵다. 한국HP의 경우는 IPO의 매출을 합산해 발표한 반면 한국IBM은 LGIBM의 매출을 합산하지 않아 실질적인 매출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나 컴팩코리아는 아직 2000회계연도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더구나 업체별 회계연도도 제각각이다. 한국IBM과 SAP코리아는 12월 결산법인이고 한국HP는 10월, 한국오라클은 5월, 마이크로소프트는 6월 결산법인이다. 예컨대 3월 결산법인인 한국후지쯔의 경우는 매출이 절정에 오른 지난해 4월 이후의 매출은 잡혀있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의 매출은 3700억원 규모에 달한다는 것이 한국후지쯔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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