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사업자 평가제 「고민」

최근 정부 및 SW업계가 세계수준의 품질인증제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가운데 IT부문 품질인증에 대한 단일화된 국제 표준과 인증심사에 필요한 국내 인프라가 아직 확보되지 않아 실질적인 품질경영 추진 및 관련제도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 시스템통합(SI) 업체를 비롯한 주요 SW업체들이 IT부문 국제 품질인증인 CMM(Capacity Mature Model)과 SPICE(Software Process Improvement Capability Evaluation)의 도입을 추진하고 있으나 유사한 내용의 품질인증을 이중으로 받아야 하는 불편과 함께 예산 낭비의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정부도 국내 SW산업의 품질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하반기부터 SI사업자의 정보시스템 개발 및 관리 능력과 품질수준을 평가하는 ‘SI사업자 평가제도’를 도입키로 했으나 SPICE와 CMM 중 실제 사업자 평가에 적용할 국제 품질 규격을 아직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SW품질 전문가들 또한 “SPICE에 대한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체계화 작업이 계속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CMM­I(Integration) 규격의 등장과 함께 CMM과 SPICE를 서로 호완시키고 통합하려는 움직임도 구체화되는 등 SW품질 분야의 향후 국제 표준 방향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라고 지적했다.

또한 한국소프트웨어프로세스심사인협회(KSPAA) 등에서 국내 기관과 인력을 통해 인증 심사를 받을 수 있는 SPICE와는 달리 CMM의 경우 아직까지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으로부터 전문가를 직접 초정해 인증심사를 받아야 하는 등 큰 불편을 겪고 있다

SI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에서 실시되는 SPICE 심사도 수천만원대의 비용이 들어 부담스러운데 미국인을 직접 초청해 1억원 이상의 예산을 써야 하는 CMM 심사는 중소 SI업체로서는 엄두도 못낼 형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출범한 시스템통합기술연구원이 미국 카네기멜론대학으로부터 CMM 인력양성 및 인증권한과 관련된 라이선스를 받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국내 인력과 기관이 실제 CMM 심사를 수행하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통부 한 관계자는 “SPICE와 CMM 모델의 도입 여부를 놓고 정부가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도 국내 SW업계가 국제적인 품질규격 심사를 보다 체계적이고 손쉽게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인프라를 구축하는 문제”라며 “따라서 CMM에 비해 국내 인프라가 어느 정도 확보된 SPICE의 도입은 거의 확실시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SW품질 전문가들은 “특정 해외 지역에 SW를 당장 수출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굳이 많은 비용과 자원을 들여가며 서둘러 CMM이나 SPICE 인증을 도입하기보다는 국내에서 심사를 받을 수 있는 인프라가 어느 정도 갖춰질 때까지 좀 더 지켜 보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고 강조했다.

SPICE는 한국·일본·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표준 체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ISO의 정보시스템 분야 표준안이며 미국 국방부가 카네기멜론대학을 통해 제작한 CMM은 미국과 인도 지역에서 적용되고 있는 SW품질 평가 모델이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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