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극장 개봉하는 영화 ‘던전 드래곤’은 롤플레잉게임(RPG) ‘던전스 앤드 드래곤스’와 팬터지 소설 ‘반지전쟁’을 버무려 만든 대작영화(블록버스터)다. 흥미로운 대목은 주인공이 마법의 지팡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실제 게임처럼 전개한다는 점이다. 어려운 과제를 풀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하나둘씩 자기편을 만들어가는 설정이 흡사 RPG를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놓은 듯하다.
하지만 영화는 어디까지나 스크린이라는 평면 위에서 보여지는 것에 그칠 뿐이다.
한주 늦은 14일 모습을 드러내는 인터넷 영화 「MOB2025」는 이같은 오래된 금기를 깼다. 제작비 6억원에 유지태·이정재 주연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에 가려졌던 이 영화의 진짜 매력은 관객이 사건의 전개와 캐릭터를 맘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것이다.
2018년 핵전쟁이 휩쓸고 지나간 한반도의 다도해에는 생존자들의 자치구역 메가시티오션블루(MOB)가 자리잡고 있다. 시티가드의 요원 K1(유지태)의 무자비한 사살을 피해 살아남은 지하조직 ‘매커드MOB’의 어린 요원. 그러나 그의 몸에는 가공할 만한 파괴력의 시한폭탄이 장치돼 있다.
폭탄의 암호를 풀기 위해 등장한 수수께끼의 여인 강영주(최윤영)는 과연 요원을 살릴 수 있을까.
결과가 궁금하다면 관객은 이 첫번째 고비를 넘겨야 한다. 관객이 주어진 시간 안에 퍼즐을 풀지 못하면 주인공의 폭탄은 터지고 영화는 거기서 끝난다. 하지만 아슬아슬한 위기의 순간마다 게임에서 이기는 관객은 당연히 영화의 마지막 자막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게임의 승패에 따라 러닝타임이 달라지는 짜릿한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단순히 ‘보는 영화’가 아닌 인터넷의 양방향성을 활용한 ‘함께 노는 영화’들이 네티즌 곁으로 속속 다가오고 있다.
프랑켄슈타인(http://www.frank.co.kr)이 4일 선보인 ‘아케론’은 유무료 버전을 별도로 제작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현재와 미래가 공존하는 시공간에서 고독한 형사와 합성인간 ‘퍼펫’ 사이의 비극적인 운명과 사랑을 모티브로 한 이 영화는 관람료를 내는 관객에게 무료 관객과는 차별화되는, 더욱 확실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감정을 가진 퍼펫의 제조가 금지된 상황에서 이를 만드는 사람들이 냉혹한 킬러의 추격을 받는다. 이때 신비의 공간에서 전라의 여인 퍼펫과 킬러가 만나는 러브신을 보고 싶다면 요금을 더 내면 된다.
시내버스로 배경을 옮긴 유쾌한 블랙코미디는 어떨까. nkino.com이 인터넷 개봉한 ‘해피BUS데이’는 매일 타는 버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지만 전개형식은 결코 평범하지 않다. 정류장마다 문수·망치·윤수·아줌마 등 이름을 달아 네티즌들의 상상력이 개입된 인물별 비하인드 스토리를 제작할 예정인가하면 스토리와 연계된 진단게임과 퀴즈 등도 풍성하다.
프랑켄슈타인의 박신하씨는 “대작 인터넷 영화의 틈바구니에서 실험정신을 담은 신선한 작품들이 눈에 띈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며 “비록 세련되지는 않아도 인터넷의 정신을 살린 이런 작품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유경기자 yuky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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