래리 칼튼은 리 리트너와 함께 LA스튜디오 신에서 명망높은 세션맨이다. 스틸리 댄, 조니 미첼, 퀸시 존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등의 앨범에 참여했고 솔로앨범만 20여장을 발표한, 그야말로 ‘베테랑’ 퓨전 기타리스트다. 스티브 루카서 역시 세션 기타리스트로 랜디 뉴먼, 폴 매카트니, 제프 벡, 산타나, 보즈 스캑스 앨범 등에 참여한 실력파며 결성 이후 근 20여년간 꾸준히 사랑을 받아오고 있는 토토의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이렇게 쟁쟁한 기타리스트 두명이 만나 연주를 했고 그것이 라이브앨범으로 나왔다.
앨범 타이틀은 ‘노 서브스티튜션’.
이 앨범의 큰 장점은 래리 칼튼의 연주는 왼쪽으로, 스티브 루카서는 오른쪽으로 각각 분리돼 들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의 기타 톤이나 프레이즈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그들의 기타연주를 구분해서 감상할 수 있다. 칼튼의 연주는 퓨전 재즈 기타리스트답게 재즈적 어프로치가 강하고 기타 톤이 부드러우며 루카서의 연주는 헤비한 톤과 록적인 어프로치가 강조돼 있다.
‘노 서브스티튜션’같은 음반을 컬래버레이션(협연) 앨범이라고 하는데, 뮤지션에게나 팬들에게나 새로운 경험의 세계를 제공한다. 최근에는 에릭 클랩턴과 B.B. 킹이 함께한 ‘라이딩 위드 더 킹’이 화제를 모았다. 또한 가장 성공적인 퓨전 기타리스트인 팻 메스니만 해도 존 스코필드나 짐 홀 등과 협연앨범을 발표했으며 조지 벤슨과 얼 크루도 ‘컬래버레이션’을 발표했다. 이 글의 주인공 칼튼은 라이벌인 리 리트너와 ‘래리&리’라는 조인트앨범을 발매하기도 했다. 이런 협연앨범의 미덕은 각 기타리스트들의 개성은 물론 함께 하는 데서 오는 시너지효과까지 함께 맛볼 수 있다는 데 있다. 가령 팝의 디바들인 휘트니 휴스턴과 머라이어 캐리가 영화 ‘이집트의 왕자’를 함께 부른 것처럼.
이 앨범에서 함께 연주한 멤버는 래리 칼튼과 오래전부터 호흡을 맞춰온 베이시스트 크리스 켄트와 키보디스트 릭 잭슨 등이며 드러머로는 듀란듀란, 스티브 바이, 돈 헨리, 엔리케 이글레시아스, 산타나 등의 앨범에서 다양한 리듬을 들려줬던 그레그 비소네트다. 그의 정교한 드러밍을 감상하는 것은 이 앨범의 또다른 묘미다.
오프닝은 제프 벡의 연주로 유명한 ‘더 펌프’인데, 두 기타리스트에 의한 새 해석이 흥미롭다. 또한 마일스 데이비스의 곡인 ‘올 블루스’도 그들만의 노련미와 테크닉으로 완벽하게 연주하고 있다. 이 앨범의 백미는 ‘미스터 335’라는 닉네임을 가진 칼튼의 명 연주곡 ‘룸 335’다. 이 곡은 레이블이 틀린 관계로 베스트앨범에도 실리지 않았고 또한 오리지널 앨범도 구하기 힘들어 좀처럼 듣기 어려웠던 곡이라 감회가 새롭다. 현재 이들은 아시아투어중이며 그 일정 안에 우리나라도 포함돼 있다. 이들의 공연을 국내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이 앨범은 공연의 예고편 내지는 공연의 감동을 순간포착한 사진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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