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벤처CEO 대기업 사외이사 단골

최근 「배당」과 「사외이사 선임」이라는 핫이슈로 관심을 모았던 상장 및 등록 기업들의 정기주총이 대부분 마무리된 가운데 상당수 대기업들의 사외이사로 유망 벤처기업의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선임돼 주목된다.

지난달 16일 열렸던 SK텔레콤의 정기주총에서 디지털 세트톱박스 제조업체인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이 1년 임기의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SK텔레콤측은 향후 무선데이터부문 투자의 성공을 위해 벤처 전문가의 조언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라 첨단 정보통신분야에 정통한 변 사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드림위즈의 이찬진 사장도 지난해 3월 데이콤의 사외이사로 선임된 후 올해로 2년째 이 회사의 사외이사로 일하고 있다.

이러한 벤처 CEO들의 대기업 사외이사 선임은 올해 은행가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온라인 경매업체인 옥션의 이금룡 사장은 지난달 13일 1년 임기의 외한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지난해 3월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다우기술의 김익래 회장도 지난달 15일 1년 임기의 국민은행 사외이사로 재선됐고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사장 역시 같은달 24일 열린 주택은행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배경=증권거래법상 올해부터 자산 규모 2조원 이상의 상장기업은 전체 등기 이사수의 50% 이상(최소 3명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해야 한다. 또 해당기업이 발행한 총 주식의 1% 이상, 또는 3억원어치(취득액 기준) 이상을 보유한 사람의 사외이사 선임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사외이사의 자격기준도 강화됐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에 부합하는 사외이사의 선임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동안 사외이사로는 학연·지연에 의해 명망있는 사회인사나 재력가를 선임, 회사의 우호세력으로 활용하는 경향이 강했다.

따라서 이들 사외이사가 회사 내부사정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전문가적 식견과 능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근엔 사외이사 인력이 부족해 적합한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이유를 들어 일부 대기업들은 등재 이사수를 줄이거나 자신들에 우호적인 외국인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등 사외이사 선임제도의 취지를 비켜가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자사와 관계된 분야에 전문성과 긍정적인 사회 인지도를 가진 벤처 CEO의 선임은 전문성과 함께 IT벤처 경영자로서의 비전과 글로벌마인드, 그리고 지배주주의 전횡을 막아 기업가치를 높이는 독립성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다.

◇전망=최근들어 소액주주 대표가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등 소액주주운동이 예년에 비해 상당한 성과를 거뒀고 대기업들도 사외이사 선임문제를 「기업경영 자유」의 침해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선진경영을 위한 계기로 활용하려는 움직임도 늘고 있다. 따라서 벤처기업 경영을 통해 유연한 사고와 글로벌마인드로 무장한 벤처 CEO에 대한 대기업의 사외이사 선임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참여연대의 김주영 변호사는 『전·현직 벤처 CEO의 사외이사 활동은 기업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면서도 『다만 양측이 영업상 거래관계 등으로 사외이사의 독립성이 훼손되는 경우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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