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전자 가격표 6월 첫 등장

【본사 특약 =iBiztoday.com】 이른바 「전자 종이」를 이용한 전자 가격표가 처음으로 등장한다.

미국 대형 백화점 메이시의 뉴저지주 브리지워터점은 오는 6월 복사기기 제조업체의 대명사인 제록스(Xerox.com) 연구원들이 개발한 전자 종이 「스마트페이퍼(SmartPaper)」를 이용한 일명 「마에스트로사인 시스템(maestrosign system)」이라는 새로운 전자 가격 표시제를 최초로 운용할 예정이다.

마에스트로사인 시스템의 뼈대는 제록스의 실리콘밸리 팰러앨토연구소(PARC)의 연구원들이 개발한 전자 종이 「스마트페이퍼」다.

스마트페이퍼는 두 장의 얇은 플라스틱 시트로 구성된다. 이들 플라스틱은 모래 알보다 작은 수백만개의 미세 공을 담고 있는데 각 공은 2가지 색조를 띤다. 이들에게 전기 자극을 가하면 공들은 자체적인 동공 속에서 회전하면서 메시지를 형성하게 된다. 쉽게 말해 카드섹션을 할 때처럼 두 가지 색조 중 어느 한 쪽을 보여주는 조합 방식으로 문자나 숫자를 형성하게 된다.

스마트페이퍼를 이용하면 각 매장 주인들은 단 한 차례의 마우스 클릭으로 전 매장의 가격표를 바꿀 수 있다. 세일 가격을 금전출납기에 등록시켜놓은 가격과 일치시켜 소비자들과의 다툼을 예방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이는 대형 식품점이나 백화점의 매장 곳곳에 붙어 있는 종이로 된 상품 가격표시를 대체하는 신제품이다.

각 백화점이나 대형 식품점들은 보기에는 간단하지만 주요 상품별로 매장 곳곳에 가격표를 설치하기 위해 여러 명의 직원들로 상당 시간을 들여야만 했다.

또 가격 변동이 생길 때마다 이들 가격표를 바꿔주어야 하고 세일 기간중에는 종전 가격에 가위표(×)를 한 후 새로운 가격을 써놓아야 한다. 세일이 끝난 뒤에도 실수로 가격표를 교체하지 않았다가는 소비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게 마련이다.

제록스는 이 같은 디지털 문서 디스플레이 기술을 상용화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자사와 개별 투자가들로부터 투자금을 모아 자이리콘미디어를 분사시켰다. 이 회사의 이름은 회전한다는 뜻의 그리스 단어인 「자이로(gyro)」와 이미지를 의미하는 「아이콘(icon)」에서 따왔다.

이 자이리콘의 연구팀을 이끄는 책임자는 스마트페이퍼를 만들어 낸 물리학자이자 지난 72년부터 제록스의 팰러앨토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활동해왔던 닉 셰리돈이다.

스마트페이퍼에 공을 들여온 업체는 제록스뿐만 아니다. IBM(ibm.com)과 NCR(ncr.com), E잉크(Eink.com) 등도 이러한 연구에 뛰어들었으나 이들의 지향점은 조금씩 다르다.

자이리콘미디어의 밥 스프레이그 사장 대행은 지난주 시카고에서 열린 전미소매업자 거래 전시회에서 스마트페이퍼와 마에스트로사인 시스템을 선보였다.

50개 이상의 특허권 보유자인 제록스 파크의 스프레이그 감독관은 『한 곳에서 여러 개의 가격 표시판의 내용을 일치시키는 무선 솔루션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자이리콘미디어는 일정한 크기의 테이블 디스플레이 사인을 개당 100달러에 판매할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사인은 AA건전지 두 개로 작동되며 랩톱컴퓨터처럼 상당한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하는 후광 대신 반사광으로 글자판을 볼 수 있는 형태다.

스프레이그 감독관은 대형 백화점의 경우 전자가격 표시판을 설치하면 설치 후 18개월이면 투자 비용을 모두 뽑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메이시 백화점도 최근 스마트페이퍼를 이용한 마에스트로사인 시스템 설치로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얻어 비용절감을 이룰 것으로 기대했다.

메이시는 우선 어린이 매장에 가로 11인치, 세로 14인치 크기의 전자 가격표 12개를 6개월간 시범적으로 설치한 뒤 사용 결과를 검토해 전국 매장에 확대 설치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브라이언리기자 brianlee@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