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보건의료정보의 국제표준안을 정복하라.」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출범 이후 선진국들은 정보통신분야에서 자국의 보건의료정보표준안을 국제표준으로 채택하기 위해 표준화정책에 대한 관심과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의료기기는 물론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의약품처방전달시스템·건강카드(스마트칩 내장)·전자의무기록시스템 등 각종 의료정보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등 자국의 상품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함이다.
세계가 자유무역체제에 돌입함에 따라 의료정보표준화가 단순한 규약정립의 수준을 넘어 국내외시장을 선점하고 첨단분야에서의 기술개발 주도권 확보수단으로 부각됨에 따라 자국의 국제표준안 채택은 지상명령 1호일 수밖에 없다.
과거에 과학기술의 생산성이 국가경쟁력을 주로 결정했다면 이제는 정보화·지식화 사회로 진입함으로써 정보통신분야를 포함한 산업전반이 표준화 경쟁시대에 돌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이같은 이유 때문에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뚜렷한 움직임 중 하나가 의료정보는 물론 각종 산업의 표준화 전반에 걸친 막대한 투자와 연구개발이다. 표준화는 이제 더이상 단순한 규약정립의 단계를 지나 국제무역을 포함하는 일체의 상거래행위의 기반기술이며 이를 기반으로 시장선점과 첨단분야에서의 전략기술로 사용되고 있다.
정보통신표준화를 전담하고 있는 국제표준화기구는 ISO9000인증제도와 같이 설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우리 생활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는 국내외 산업 전반의 표준으로 정착돼 있어 이를 무시하고는 어떠한 국제무역도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보건의료정보표준화 기술위원회를 맡고 있는 곽연식 위원장(경북대 교수)은 『이를 거꾸로 생각해 보면 ISO표준을 준수하기만 하면 어떠한 국가간 상거래도 가능하므로 ISO는 국제무역을 진흥할 수 있는 무한한 전략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보건의료정보 표준화 분야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의료인 및 정보통신 관련 전문인력의 비상한 관심을 집중받고 있으며 의료계는 이에 따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받고 있다. 새로운 변화는 발전을 위한 도약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반없는 도약은 무의미하다. 의료정보 표준화는 발전과 도약의 필수요소이므로 간과할 수 없는 최우선 과제로 인식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정보 표준화는 산발적이고 부정형한 형태로 개발 및 도입되는 탓에 의료실무에 적용됐지만, 이로 인한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됐다. 또 의료정보표준화활동도 열악한 의료환경으로 인해 정보기술의 도입만을 우선 과제로 고려했기 때문에 의료정보의 표준화는 관심사항 밖이었다.
의료정보의 표준화가 우리나라에서도 본격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98년 보건의료정보표준위원회가 신설된 이후라고 할 수 있다. 특히 99년 곽연식 위원장이 제3회 동경 총회에 한국대표로 참석하면서 표준화활동은 크게 확산됐으며 마침내 2000년 제4차 밴쿠버 총회에서 우니나라가 의료정보표준화활동을 적극 추진한 그간의 공로가 인정돼 제5차 세계 보건의료정보 표준화 총회를 국내에 유치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 것이다.
정보표준화는 본질적으로 기술집약적인 특성을 내포하고 있다. 최신·최고 수준의 안정된 정보기술만이 표준으로 인증받을 수 있다. 따라서 서울 총회는 단순한 국제행사의 유치가 아니라 보건의료정보의 첨단기술을 토의하는 각국 최고의 지성들이 참석하는 매우 독특한 행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제 표준화 총회의 국내 유치는 크게 세가지 의의를 지니고 있다.
우선 우리나라의 보건의료정보 표준화 의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둘째로는 초고속통신망을 이용하는 원격의료 및 의료정보 공유사업이 국제표준에 적합한지를 검증할 수 있다. 셋째, 총회를 계기로 국내 의료정보를 소개해 해외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함은 물론 국내 의료정보기술의 수준을 제고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곽연식 위원장은 『이번 총회는 국내 의료정보 기반기술 전반을 재조명하는 기회며 도약을 위한 의료정보분야의 연구개발과 실무적용으로 야기되는 제반문제 해결의 최신 지견을 듣고 토의할 수 있어 기술연구의 발전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 보건의료정보 표준화는 초기단계에 있다. 앞으로 해결돼야 할 과제는 거의 무한하다. 현재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병의원정보화사업이 일관성있게 추진될 수 있도록 병원정보시스템 표준운영지침서(SOP)를 작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또 병원간 전원에 필요한 전송자료의 표준안, 헬스레벨(HL) 7 등 네트워크 자료전달을 위한 통신프로토콜이 확립돼야 하며 이외에도 양한방 협진을 위한 양·한의학 용어의 표준화, 의무기록자료의 특성을 지원하기 위한 영문·한글의 혼합 텍스트 처리 및 전송기술 등의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
2001년을 맞아 우리나라도 국가적인 위상과 현재의 기술수준으로 볼 때 이제는 도약과 안정을 위한 새로운 국가적 의제가 필요한 시기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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